28일 인천성모병원은 직원들에게 성과금을 건넸습니다. 봉투 속에는 현금이 들어있었고요. 금액은 연차별로 달랐습니다. 병원을 둘러싼 세간의 잡음은 ‘훈훈한’ 연말연시 성과금으로 과연 잦아들었을까요? 하얀 색 봉투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었습니다.
“사랑하는 교직원 여러분. 2017년 한 해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Only One을 향한 여러분의 노력으로 제3주기 상급종합병원에 재지정되었음을 축하드리며, 앞으로 ‘국내 최초 뇌병원’의 성공적인 개원에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병원장”
궁금해졌습니다. 성과금 지급에 앞서 그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인천교구와 휘하 병원들의 구설에 대해 단 몇 마디라도 사과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틀 전 세상을 떠난 보건의료노조 인천성모병원 이은주 지부장에 대한 일말의, 최소한의 추모의 의사가 이날의 성과금 안에 담겨 있었을까요? 이 지부장이 불귀의 객이 된 그날 병원을 떠나는 이학로 전 인천성모병원장은 내부 게시판에 성과금 지급 소식을 알렸습니다. 이 전 병원장이 쓴 글 일부는 이렇습니다.
“‘책임경험을 통한 경영내실화 및 신성장동력 구축’을 우리의 경영방침으로 삼은 2017년이 저물어가고 희망과 기대에 찬 새해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수없이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좌절하거나 의지를 굽히지 않고 올 한해도 병원 발전을 위하여 불철주야 애쓰셨던 교직원 여러분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가 2017년을 성공적으로 보낼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여러분 모두가 투철한 애사심과 맡은 바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 주신 덕분입니다. 그 동안 애써주신 우리 교직원 여러분들의 노고에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에 교직원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소정의 ‘성과금’을 지급하고자 합니다. 한 마음 한 뜻으로 교직원 모두가 노력하여 얻은 결실을 함께 나누고자 하오니 교직원 여러분들에게 작은 기쁨이 되길 바랍니다. 책임경영 실천의 에너지를 가지고 설정한 목표는 반드시 이루겠다는 다부진 각오로 매사에 임한다면 보다 나은 모습의 인천성모병원이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후략)”
고(故) 이은주 지부장은 1995년 인천성모병원에 입사한 이래로 노동조합에서 병원 경영 정상화와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 투쟁의 맨 앞에 서 있던 인물입니다. 조합원이 줄고 줄어 10명이 됐을 때도 그는 지치지 않았습니다. 그랬던 그도 죽음은 비켜가지 못했습니다. 박문서 신부가 휴양 발령을 받고, 인천성모병원 집행부가 싹 물갈이 된 날, 이 지부장은 먼 곳으로 떠나고 말았습니다. 허망하고 갑작스런 비보였습니다.
이 지부장의 허망한 죽음과 봉투 속에 채워진 지폐 몇 장. 혹자는 말합니다. “흰 봉투 속에 담긴 오늘 인천성모에서 직원들에게 연차별로 현금으로 봉투에 넣어 직접 성과금을 지급했어요. 20년차 간호사는 90만원. 돈으로 입막음합니다. 이 돈은 이은주 지부장님의 목숨 값입니다.”
12월, 찬 바람이 더욱 쓸쓸하게 느껴지는 것만 같습니다.
*본지 보도 이후 인천성모병원 관계자는 "성과금은 매년 지급해온 것"이며 "고 이은주 지부장의 죽음과 성과금을 연결지은 것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