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혹한기 훈련? 평창 개막식, 핫팩으로 견딜 수 있나

[옐로카드] 혹한기 훈련? 평창 개막식, 핫팩으로 견딜 수 있나

기사승인 2017-12-30 06:00:00

지난 달 평창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안내로 찾은 올림픽 플라자엔 거세고 싸늘한 바람이 불었다. 눈발까지 날리는 날씨라 턱이 저절로 떨렸다. 동행한 기자들도 두툼한 패딩으로 온 몸을 감싼 채 주머니에 손을 꽂고 조직위 관계자의 말을 경청했다. 긴 시간 서 있지도 않았는데 서둘러 따뜻한 곳에서 몸을 녹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분위기를 감지한 것인지 조직위 관계자가 뜨악한 농담조의 말을 건넸다. 그는 평창의 추위를 자랑이라도 하듯 “이 정도 추위는 아무 것도 아니다. 2월엔 더 춥다”고 설명했다. 순간 개막식을 찾아 추위에 몸을 잔뜩 웅크리는 관중과 듬성듬성 빈 좌석이 보이는 올림픽 플라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기자가 “야외나 다름없는데 한겨울에 개막식이 가능하겠느냐”고 묻자 “방한 준비에 대한 당부를 철저히 할 것이다. 핫팩과 담요 등도 지급할 예정이다”라고 대답했다. 올림픽 플라자 곳곳에 설치된 간이 방풍막 역시 소개했다. 완공된 상태는 아니었지만 마치 땜질을 하듯 개회식장 외부에 달린 방풍막은 추위를 막아주기엔 역부족이었다. 

말 많고 탈 많은 평창 올림픽이 어느덧 42일 앞으로 다가왔다. 해외 유력 매체들도 하나둘씩 평창에 대한 기사를 게재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평창에 물음표를 던지는 매체도 적지 않다. 지붕 없는 개막식에 대한 우려를 직접 언급한 매체도 있었다.

미국 매체 ‘피플’은 북한과 인접한 평창의 상황에 우려를 표하면서 올림픽 개막식에 닥칠 한파에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매체는 “개막식이 열리는 스타디움엔 지붕이 없다. 평창의 2월초 평균 기온은 영하 7도다. 비용 절감을 위해 지붕을 만들지 못했다는 루머가 있고 건설비용이 한국의 정치 이슈와도 연관이 있다는 얘기가 돈다”며 “같은 장소에서 지난 11월 콘서트가 열렸는데 관객 중 6명이 저체온증을 앓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달 4일 올림픽 플라자에서 열린 ‘2017 드림콘서트 인 평창’ 행사에선 저체온증 환자가 발생해 구급차가 출동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포털에 댓글을 작성한 누리꾼 lavi***는 “장갑 모자에 패딩까지 입어도 손발이 다 얼어서 움직이지도 못했다”며 “출연한 가수들도 잠깐 사이에 입이 다 얼었다. 대피소로 만들어 놓은 것도 부족해서 화장실에서 몸을 녹이게 만들었다”며 분통을 토했다. 이어 “여기 간다고 하면 도시락 싸들고 따라다니면서 말릴 거다. 공짜도 아니고 돈 주고 보러 가는데 왜 건강을 위협받아야 하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조직위는 당시엔 준비가 덜 된 상태였다며 개회식 당일에는 따뜻한 음료를 판매하는 가판대 설치 및 가열히터, 휴식 시설을 보완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론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경기도 성남에 거주하는 회사원 이모(26)씨는 “국내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라 개막식만큼은 꼭 보고 싶었다. 그런데 숙박 요금도 비싸고, 개회식장이 야외나 다름없단 얘길 듣고 계획을 접었다. 집에서 TV로 편안하게 시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붕 없는’ 개회식장은 올림픽 플라자 건설 이전부터 논란거리였다. 당초 평창 올림픽 개막식은 스키점프대가 있는 알펜시아 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승인하지 않았다. 강릉종합 운동장을 리모델링하는 방안으로 선회했지만 이마저도 주민들 반대로 무산됐다. 

어쩔 수 없이 지금의 올림픽 플라자를 건설했지만 결정적으로 지붕을 올리지 못했다. 올림픽 플라자는 대관령 해발 800m에 위치했다. 한겨울엔 체감온도가 영하 20도까지 떨어진다. 조직위 역시 지붕의 필요성을 인지했지만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누구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놓지 못했다. 사후 철거를 전제로 한 임시 시설물에 예산을 과도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대 의견에도 부딪혔다. 

입장과 개회식 행사 등을 포함하면 개막식 당일 관객들은 4시간 이상 추위에 노출된다. 두툼한 옷으로 몸을 감싼다 해도 한계가 있다. 무릎담요와 손·발 핫팩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흡사 한겨울 군대에서 치르는 혹한기 훈련과 다름없다. 평창 올림픽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추위와 불편을 무릅쓰고 개회식에 참석할 관객이 있을지 의문이다. 

조직위는 폭설 등으로 기상이 악화되면 실내에서 개회식을 진행하는 플랜 B도 마련한 상태지만 이 경우는 공간의 제약으로 생략되는 순서가 많아 반쪽짜리 개회식이 될 우려가 있다. 진퇴양난이다. 

개막식은 올림픽의 첫인상이나 다름없다. 강추위 속에서 성공적인 올림픽을 향한 첫 걸음을 뗄 수 있을까.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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