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신과 함께’ 1000만 영화 등극의 세 가지 의미

[친절한 쿡기자] ‘신과 함께’ 1000만 영화 등극의 세 가지 의미

‘신과 함께’ 1000만 영화 등극의 세 가지 의미

기사승인 2018-01-04 12:44:23


4일 만에 일어난 경사입니다. 이제 막 시작된 2018년이 익숙해지기도 전에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감독 김용화, 이하 ‘신과 함께’)이 누적관객수 1000만명을 돌파한 것이죠. 한국 영화로는 16번째, 외국 영화를 포함하면 20번째로 탄생한 ‘1000만 영화’입니다. 지난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택시운전사’(감독 장훈) 한 편뿐이었던 것에 비해, 올해는 출발이 좋습니다.

‘신과 함께’는 지난해 12월 20일 개봉한 직후부터 무서운 속도로 관객을 모았습니다. 크리스마스 연휴 이틀 동안 극장을 방문해 ‘신과 함께’를 관람한 관객수가 240만 명을 넘기도 했습니다. 경쟁작으로 거론된 영화 ‘강철비’(감독 양우석), ‘1987’(감독 장준환)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16일 동안 유지한 결과, ‘신과 함께’는 결국 그 어렵다는 1000만 영화에 등극했습니다. 역대 최다 누적관람객 기록을 보유한 ‘명량’(1761만명)이 12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동원한 것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른 속도입니다.

‘신과 함께’의 흥행 성공이 처음부터 예상된 건 아니었습니다. 동명의 원작 웹툰이 큰 사랑을 받았던 만큼 관객들의 기대치가 높았습니다. 원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변호사 진기한의 캐릭터가 없어진 것에 대한 불만도 많았죠. 원작의 이야기를 어떻게 2시간 조금 넘는 시간의 영화로 재구성할지, 배경이 되는 저승세계를 CG를 활용해 어떤 영상으로 구현할지도 중요했습니다. 언론시사회 직후 기자, 평론가들의 반응도 엇갈렸습니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신파에 아쉬움을 느끼는 반응도 많았어요.

여러 불안 요소를 물리치고 ‘신과 함께’는 거짓말처럼 흥행가도를 질주했습니다. 관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죠. 원작과 비교하며 아쉬워하거나, 특수효과로 가득 찬 영상에 위화감을 느끼는 관객은 많지 않았습니다. 할리우드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의 눈에도 부족함 없을 정도의 CG 완성도를 선보인 것이죠. 후반부 이야기도 신파가 아닌 감동적인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습니다.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를 흥행작으로 만든 김용화 감독의 장기가 또 한 번 관객들의 마음을 흔든 것입니다.

‘신과 함께’는 1000만 관객 돌파는 단순한 상업영화의 흥행 성공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먼저 한국 판타지 영화의 가능성을 입증했습니다. 그동안 한국 영화계에서 판타지는 위험한 장르로 통했습니다. 제작비가 많이 필요할 뿐 아니라, 한국 관객들도 판타지 영화를 선호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죠. 그래서 판타지 영화로 첫 1000만 관객을 기록한 ‘신과 함께’의 등장은 한국 영화의 밝은 앞날을 예고합니다. 더 다양한 장르, 다뤄보지 못한 소재의 영화가 제작될 여지가 생겼고, 이는 관객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전하는 결과로 이어질 거예요.

또 지금까지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중 웹툰 원작 영화는 ‘신과 함께’가 처음입니다. 웹툰 원작 영화는 관객들이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라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배우 캐스팅부터 원작과의 비교까지 관심도는 크지만, 그만큼 높아진 눈높이를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흥행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과거 '은밀하게 위대하게'와 '내부자들'이 웹툰 원작 영화로 각각 696만 명, 707만 명의 관객을 모아 흥행 성공을 거뒀지만, 1000만 영화에는 도달하지 못했죠. 하지만 ‘신과 함께’의 1000만 영화 등극으로 앞으로 더 많은 웹툰이 영화계의 러브콜을 받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마지막으로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첫 1000만 영화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CJ엔터테인먼트, NEW, 쇼박스와 함께 한국 4대 배급사로 거론되어 왔지만, 배급한 영화가 지금까지 한 번도 1000만 관객을 넘기지 못했죠. 2004년 영화 배급을 시작한 이후 866만 명을 동원한 ‘해적: 바다로 간 산적’(감독 이석훈)이 최고 흥행작이었어요. 하지만 롯데엔터테인먼트도 ‘신과 함께’를 통해 14년 만에 드디어 1000만 영화를 보유하게 됐습니다. 

감독과 배우들도 ‘신과 함께’를 사랑해준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4일 김용화 감독은 “매일 매일이 감사하고 놀랍다”며 “많은 관객들과 소통하게 돼 무엇보다 기쁘다. 2부도 잘 만들어 기대에 맞는 영화를 선보이겠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저승차사 강림 역을 맡은 하정우는 “너무나 큰 사랑을 받고 있어서 어리둥절하다”며 “모든 사람들에게 너무 감사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정말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전했죠. 소방관 김자홍 역을 맡은 차태현은 “너무 행복하다”며 “'신과 함께'를 사랑해주신, 그리고 자홍을 사랑해주신 우리 팬 여러분들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이젠 ‘신과 함께’의 흥행 성적이 어디까지 도달할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개봉 3주차에 접어들어서도 여전히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만큼 ‘명량’에 근접한 결과를 만들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전편 ‘죄와 벌’에 이어 후편 ‘인과 연’도 1000만 영화에 등극할 수 있을까요. ‘신과 함께’가 어떤 새로운 기록들을 써내려갈지 더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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