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사망 신생아의 사인이 ‘원내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밝혀지면서 병원 과실에 힘이 쏠리고 있다. 현재 보류된 상급종합병원 재지정 가능성도 주목된다.
지난달 26일 보건복지부는 제3기 상급종합병원으로 42개 기관을 지정 발표하고, 이대목동병원은 지정을 보류시킨 바 있다. 보류 사유는 ▲신생아중환자실 일시폐쇄로 인한 기준 미충족 ▲신생아 사망사고 원인과 인증기준 충족여부 확인 등이다.
특히 복지부는 의료법 시행규칙상 전담전문의 필수 배치 규정에도 위반 소지가 있다고 봤다. 이 조항에는 신생아중환자실의 간호사 1명당 연평균 1일 입원환자수가 1.5명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도 포함돼있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전날인 지난달 15일에는 전공의 3명이, 사고 당일인 16일에는 전공의 단 2명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소아병동, 소아응급실까지 총 세 구역을 담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평소에는 신생아중환자실만 2명의 당직의가 전담하는 체제로, 소아병동와 소아응급실에 각각 당직의 1명씩 두고, 세 구역을 총괄하는 당직의도 있었지만, 당시 전문의 시험 준비로 여러 명의 전공의가 빠져 평소 인력기준에 못 미친 것으로 알려진다.
간호사 인력도 부족했다. 당시 신생아중환자실 당직 간호사 4명이 16명의 신생아중환자를 돌보고 있었다. 간호사 1명당 4명의 아이들을 돌본 것인데, 이는 ‘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 1명당 1일 입원 환자 1.5명’ 을 한참 넘는 수치다.
하지만 이러한 사항을 의료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 의료법에 당직 의료인을 배치해야 한다는 조항은 있지만, 배치 기준, 인원 등 구체적인 사항은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 1명당 입원환자수 1.5명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도 ‘연평균’이 전제돼있다. 따라서 신생아 사망 사건 당시 의료인력 배치와 관련해서는 병원에 의료법상 위반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정이원 의료전문변호사는 “의료법에 적정 인력의 수는 정해져있지 않다. 병원 규모의 차이 등 개별 상황이 다양하고, 기준을 못 박게 될 경우 적절한 인력 배치가 안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며 “당직 전문의가 그날 1명 이상 있었다면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간호인력 또한 연평균 기준이기 때문에 의료법상 위법 여부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업무상 과실과 관련해 감염 등 관리·감독 의무가 높은 상급종합병원으로서 역할을 했느냐, 의료기관과 의료인으로서 주의를 기울일 의무를 다했느냐는 살펴봐야 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복지부의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항목에서는 의사 1인당 연평균 1일 입원환자수 4명 이하일 경우 만점(10점)을 배점하고, 20%의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다. 간호사 1인당 연평균 1일 입원환자수 1.9명 이하일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만점을 배점, 10%의 가중치를 적용한다. 그러나 신생아중환자실 등 병동별 기준은 없는 상태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 평가인증 항목에도 의료 인력 배치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없다.
이에 따라 상급종합병원 재지정의 핵심은 신생아 사망사고 원인과 인증기준의 연관성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수시조사를 통해 이대목동병원의 인증 불충족 사유를 발견, 인증을 취소할 경우에도 상급종합병원 자격을 잃게 된다.
한편, 의료계 등은 각종 평가인증제도의 무용론을 제시하고, 근본적인 의료 인력과 시스템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15일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이대목동병원 사건은 감염관리 평가, 의료기관평가, 신생아중환자실 간호등급 평가 등 각종 평가제도와 간호등급제도가 얼마나 허술한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특히 4년 주기의 의료기관평가인증제도는 명확한 인력기준 설정이 없어 실효성이 없고 평가기간만 끝나면 원위치로 되돌아가는 반짝평가, 눈속임평가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 질 개선을 위한 실효성있는 제도가 될 수 있도록 의료인력 세부 기준과 적정수가 보상체계를 탄탄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