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뜻인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work and life balance, 워라밸)를 맞추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여성에 이어 남성 직원까지 육아휴직과 단축근무를 신청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자녀를 둔 남성직원들이 올해부터 1년간 육아휴직 시 3개월간 통상임금 100% 전액을 보전받게 된다고 밝혔다. 또 출산휴가를 포함해 최대 30일 육아월을 도입하고, 자녀 양육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남직원 대상으로 2시간 단축 근무제도도 시행한다.
여기에는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남직원들의 육아휴직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기업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이번 제도를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앞으로 남성직원들이 1년간 육아휴직 시 3개월간 통상임금 전액을 보상해준다. 본인의 통상임금과 정부에서 지급하는 육아휴직 지원금(최대 150만원)의 차액을 회사에서 전액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유통업계에서 육아휴직자에게 3개월간 통상임금의 100%를 보전해 주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금전적 부담을 덜어줘 남직원들의 육아휴직 사용을 독려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또한 자녀를 출산하게 된 남직원을 대상으로 기존 출산휴가(7일)를 포함해 최대 1개월(30일)간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육아월’ 제도도 도입한다. 육아월 이후에도 자녀 양육을 위해 한 달간 근무시간이 2시간 줄어든다. 2시간 늦게 출근하는 아침형과 2시간 일찍 퇴근하는 저녁형으로 나눴다.
신청한 날로부터 1개월간 근무시간이 단축되며, 유치원~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남직원이 대상이다. 자녀 한 명당 한 번 신청할 수 있으며, 복수의 자녀를 둔 직원의 경우 추가로 신청할 수 있다.
롯데그룹도 동참했다. 롯데그룹은 올해 1월부터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를 실행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의 뜻에 따라 남성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아내와 아이를 보살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특히 휴직 첫 달 통상임금의 100%를 보전받는다. 통상임금과 정부지원금과의 차액을 회사에서 전액 지원한다.
롯데는 남성 육아휴직자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인 '롯데 대디스쿨'을 운영해 육아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지난 4월부터 현재까지 7회차가 진행돼 총 520명에게 육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노하우를 공유했다.
실제로 롯데가 육아 휴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육아휴직 사용의 장점으로 응답자의 54% 가 ‘배우자의 출산으로 육아의 어려움을 이해 할 수 있었다’는 항목을 선택했으며, 향후 육아휴직 적극 사용 여부에도 66%가 ‘사용하겠다’고 답변했다.
CJ그룹도 이재현 회장이 4년만에 경영에 복귀하면서 기업문화 혁신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5월부터 배우자 출산 시 2주간의 유급휴가를 보장한다. 원할 경우 희망자에 한해 무급 휴가가 2주 추가돼 1개월 간 쉴 수 있다. 배우자 출산 시 유급 3일, 무급 2일로 5일밖에 주어지지 않았지만 유급 14일로 늘어난다.
초등학교 입학 자녀를 둔 남성 직원에게 2주간 휴가를 주는 자녀 입학 돌봄 휴가도 시행하고 있다. 또 갑자기 자녀를 돌봐야 할 상황이 생겼을 때 하루 2시간 단축 근무를 신청할 수 있다.
이외에 이랜드그룹도 이달부터 배우자 출산 휴가를 현행 5일에서 유급 14일로 늘렸다. 위메프도 배우자 출산 휴가를 최대 1개월까지 확대했다.
이 같이 유통기업들이 남성 육아휴직을 적극 장려하는 이유는 일과 가정의 양립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여성 직원들이 많은 이들 기업의 특성상 육아로 인한 여성인재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남성의 육아 참여를 장려하는 취지다.
정부도 최근 저출산과 워라밸에 관심을 보이며 육아휴직급여 첫 3개월을 현행 통상임금의 40%에서 80%인 2배 수준으로 확대했다. 배우자 출산휴가 시 유급휴가를 현행 3일에서 10일로 확대한다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