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가깝네.”
공항철도 제2여객터미널(이하 T2)역인 지하1층에서 내려 바로 연결되는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에스컬레이터 2개를 타고 도보를 포함해 총 10분 만에 지상 3층 출발층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미세먼지에 황사로 안개가 자욱한 공항이었지만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안은 새로운 터미널을 연다는 기대감에 활기를 띠고 있었다. 오전 9시 30분 공항 내 60여명의 사람들이 공항 곳곳을 구경하고 있었다.
안내데스크에서 고객들을 맞이하는 자원 봉사자 김모씨는 “공항을 이용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많이 방문해 이것저것 물어 본다”며 “제2여객터미널 개장으로 세계적인 인천공항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스마트공항 꿈꾸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고객 짧은 동선, 빠른 탑승수속
실제 공항철도나 공항리무진을 타고 내리면 볼 수 있는 교통센터에서 제2여객터미널까지 거리는 59m인데 제 1여객터미널(이하 T1) 223m의 4분의 1수준이다.
공항리무진이 출발층에 복잡하게 섰던 T1과는 다르게 T2에서는 각각 승강장까지 배정됐다. 교통센터에서 공항으로 들어서면 T2에서 탈 수 있는 대한항공, KLM 네덜란드 항공, 델타항공과 에어프랑스 등이 운영된다는 큰 안내판과 함께 분홍색 옷을 입은 안내자들이 8명 정도 서있었다. 곳곳에도 인천공항공사 직원들이 상시 대기하면서 고객들의 안내를 돕기도 했다.
출발 층인 3층을 들어서면 A부터 G까지 체크인 카운터가 보였다. 체크인카운터가 있는 일반구역 역시 폭이 좁고 길이가 긴 T1과는 다르게 폭이 넓고 길이가 짧다. 면적은 비슷하지만 동선을 최대한 짧게 했다.
고객이 공항에 도착해 직접 여권을 찍으면 발권과 자리 이동이 가능한 셀프 서비스 존이 22대, 일반 카운터에 20대, 수하물 탁송 전용 카운터에 20대 등 키오스크(KIOSK‧무인탑승수속기기)가 총 62대가 배치되어 있었다.
이와 함께 스스로 짐을 탁송할 수 있는 셀프 백 드롭(Self Bag drop)기기도 34대가 설치돼 있다. 이를 이용하면 탑승수속 시간도 짧아질 뿐만 아니라, 탑승수속카운터 수요와 키오스크 탑승수속 수요가 서로 분산돼 빠른 탑승수속이 가능해진다.
탑승수속카운터 상단부의 정보를 전달해주는 카운터가 한 존마다 쪽 이어져있어서 고객들의 시야가 확보돼 빠르고 편리하게 터미널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직원은 “T1와 비교했을 때 T2의 출국시간이 평균 20분 이상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T2를 이용한다면 그 자체가 ‘패스트트랙’인 셈”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끌어안는 듯한 공항의 외관모양인 T2은 자연친화적인 공간을 지향했다. 공항 로비뿐만 아니라 입점한 카페들에는 식물들이 심어져있고 전망대까지 갖춰 기존의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보다 나은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승객들이 머무는 공간도 T1보다 상대적으로 여유로웠다.
공항관계자는 “총면적은 T1보다 작지만 승객들이 머무르는 공간은 T1대비 125~13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 가장 우려했던 오도착…오픈 첫 날은 다행히 2시간에 1명꼴
T2를 개장하면서 가장 우려했던 점은 고객들의 오도착이었다. 터미널이 분리된 만큼 이용객들은 비행 전에 반드시 여객기가 어디에서 출발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코드쉐어, 즉 공동운항인 경우엔 실제 이용하는 항공사가 어디인지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면 대한항공 표를 구입했더라도 1터미널에 위치한 다른 항공사를 이용하게 되면 2터미널이 아닌 1터미널로 가야 한다.
만약 터미널을 잘못 찾았는데 탑승 시간이 임박했다면 ‘오도착 여객 카드(I'm late card)’를 받으면 된다. 오도착 카드는 ‘?(물음표)’ 표지판이 있는 공항 내 안내데스크에서 발급이 가능한데 이 카드를 지참하면 체크인 카운터에서 먼저 체크인 할 수 있고 출국장의 교통 약자 전용 출구를 이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T2로 오기위해서 이용하는 공항철도, 공항버스나 시외버스는 T1을 들렀다가 온다. 하지만 둘 사이의 이동시간이 긴 편이다. T2와 T1 간 거리는 직선으로 2.3㎞에 불과하지만 공항철도로는 5.8㎞, 도로로는 15.3㎞나 되고 요금도 더 비싸다.
공항철도는 지하를 통해 서로 마주보고 있는 두 터미널을 U자로 잇고, 도로는 활주로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 C자로 연결된다. 그래서 공항철도로는 T1과 T2 사이가 8분, 자가용이나 셔틀버스는 15~20분 소요된다.
미국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의 8개 터미널이 하나의 원처럼 배치되어 편리하게 각 터미널 간을 오갈 수 있고 3개의 터미널을 운영하는 일본 하네다 공항은 제1, 2터미널이 서로 등을 보고 있어 500m 거리에 있는 것에 비하면 아쉬운 점이라 할 수 있다.
3층 5번 출구에서는 T1-T2 무료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오후 2시 30여명의 고객들이 T1으로 이동하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셔틀버스를 안내해주는 공항직원은 “2시간동안 오도착건수는 외국인 1명에 불과했다”며 “대다수의 고객들이 T1에 주차를 하신 분들, 항공사 직원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30분 동안 지켜본 결과, 5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셔틀버스는 1분, 5분 안에 도착해 빠르게 승객들을 이동시켰다.
관계자는 “제1터미널에서 제2터미널까지는 약 15분, 반대로 제2터미널에서 제1터미널까지는 약 18분이 소요된다”고 덧붙였다.
◇ VR체험, 체험 공간 풍부한 면세점
면세점으로 들어가니 중간을 기준으로 정확히 대칭으로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이 차례로 있었다. 면세점 관계자는 “일명 활모양으로 T1보다 고객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고 고객 동선 확보해 이동하기 편하게 했다”고 말했다.
신라면세점은 총 110개 이상의 화장품·향수 브랜드를 선보이고,공항 최초로 에스티로더, 디오르, 랑콤, 샤넬, SK-II, 설화수 등 6대 뷰티 브랜드의 개성이 담긴 플래그십 매장 형식으로 조성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공항에서 인기있는 브랜드 6개를 뽑았다”며 “프로모션 매장도 돌아가면서 운영하고 대형 LED 화면에 첨단 ICT 기술을 접목해 신상품을 소개하고 고객 참여형 이벤트를 진행하는 디지털 뷰티바, 퍼스널 뷰티바, 팝업스토어 등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면세점은 패션브랜드부터 명품 시계‧주얼리‧잡화 등을 판매한다. 특히 ‘샤넬’이 3년만에 신세계와 함께 인천공항으로 돌아왔고, 샤넬과 구찌는 매장 전면에 대형 파사드를 조성해 여행객들의 시선을 빼앗았다.
‘발렌티노(Valentino)’ 역시 국내 면세점에서 유일하게 자리했다. T2 중심부에 럭셔리 패션 브랜드를 전진 배치해 두바이몰과 같은 해외의 고급 쇼핑몰 패션 거리를 걷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롯데면세점은 130여개의 주류‧담배‧식품 브랜드를 운영했다. 특히 발렌타인, 로얄살루트, 헤네시, 조니워커, KT&G ‘릴’, 필립모리스 ‘아이코스’ 등 6개 브랜드를 묶어 부띡형 매장으로 오픈한 ‘플래그십’ 매장은 남성 여행객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 공간은 넓지만…앉을 만한 공간 부족하고 대형 수하물 안내 없어
고객들이 운용할 수 공간은 넓지만 좌석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A부터 G까지 평균 앉을 자리는 15개씩 있었지만 환승을 하는 고객, 단체 여행객, 가족 여행객들로 의자가 자리가 없었다.
탑승 수속 키오스크 기계 옆 돌에 기대있던 박모(20)씨는 “로비에 자리뿐만 아니라 카페에도 자리가 없다”며 “의자와 고객들의 휴식 공간이 좀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대형 수하물을 부치는 곳을 찾지 못해 우왕자왕하는 고객들도 있었다. 부인과 함께 대한항공을 이용해 태국 방콕으로 간다는 이영태(69)씨는 “나이 많은 고객들은 키오스크, 스마트시스템을 이용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발권은 1분 만에 했지만 골프채 등 대형 짐, 수하물 23㎏ 이상은 G카운터로 가라는 등 안내가 따로 없어 C카운터에서 짐을 밀어서 G로 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대형 수하물을 부치기 위한 줄은 이렇게 길고 1시간 소요될 걸로 보이는데 패스트 트랙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씨의 아내도 “대형 수하물에 대한 안내도 터미널 앞에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해당 시간 대형수하물 창구에는 대한항공 직원은 1~2명, 대기하는 고객들은 60여명이 3줄 가량 서있었다.
이종혜 기자 hey33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