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사태, 지나친 절약정신이 만들어낸 ‘인재’

이대목동병원 사태, 지나친 절약정신이 만들어낸 ‘인재’

신생아 연쇄 사망사고로 드러난 의약품 유통관리·청구체계 부실

기사승인 2018-01-19 07:00:00
이화여자대학교 목동병원은 왜 한 병의 주사제를 나눠 사용했을까. 언론과 유족들은 의구심을 가졌고,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연쇄 사망사건의 논란은 ‘주사제 허위청구’로 번졌다.
  
문제가 된 ‘스모프리피드’는 음식 섭취가 어려운 환자에게 지방산과 열량 등을 공급하기 위한 지질영양주사제다. 이대목동병원에서 사망한 신생아들은 이 주사제 한 병을 나눠 맞았고, 이 과정에서 세균에 감염돼 패혈증으로 숨졌다. 

지나친 절약정신이 4명의 신생아들을 사망에 이르게 한 셈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대목동병원은 스모프리피드 500ml 1병을 여러 신생아에게 나눠 주사했다.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유통되는 제품은 100ml, 250ml, 500ml 세 종류로 청구금액은 각각 7393원, 1만2940월, 2만2969원이다.

만약 100ml 주사제를 구매할 경우 500ml 주사제 1병을 살 가격으로 300ml 밖에 구할 수 없다. 더구나 500ml 주사제의 경우 성인환자에게도 사용할 수 있어 활용의 폭이나 재고 관리에도 좋다. 감염관리만 잘 이뤄진다면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선택이다.

문제는 신생아중환자실(NICU)이라는 환경과 지질영양주사제의 특성이다. 

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NICU가 고온 다습해 세균이 번식하기 쉽고, 지질영양주사제는 세균이 좋아하는 먹거리라고 전했다. 감염 위험성이 높아 취급에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이대목동병원을 비롯한 대다수의 NICU에서는 지질영양주사를 나눠 사용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최소 용량인 100ml조차 미숙아들에게는 1번에 사용하기에는 많은 용량일 수 있어 나눠 써야하기에 비용이라도 저렴한 대용량을 사용하는 것이 환자도, 의료기관도 만족할 수 있는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정부와 건강보험체계가 문제를 키웠다고 부연했다. 당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비 삭감 칼날이 매서워 원칙을 고수할 수도 없고, 스모프리피드와 같은 바이엘 형태의 주사제는 처방용량만큼만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소분(나눠쓰는 방식)을 은연중 강요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심평원은 최근 논란이 불거지자 “스모프리피드 1병당 일부 용량을 사용 후 잔여물을 폐기하고도 1병(bottle) 전체를 청구 시 삭감을 하지 않고 인정하고 있다”며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약제심사 결과 해당 사유로 조정된 사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료계와 급여청구과정을 이해하는 이들은 '현장을 모르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그 동안 심평원의 날카로운 삭감조치로 인해 일선 의료기관들은 진료비 청구 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손해가 발생해도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며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한다.

NICU에서 근무하며 얼마 전 언론에 호소문을 투고한 익명의 교수도 “중환자실은 성인·소아·신생아를 막론하고 삭감이 많이 되는 분야다. 병원들이 감염예방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전부 1회 사용 후 폐기를 독려할 것 같으냐. 정답은 다들 알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 허위청구 행적 드러난 이대목동병원과 전국 NICU 관행 의혹

이 같은 상황을 십분 이해해 대쪽 같은 청구기준과 삭감에 대한 두려움, 관행적 소분과 경제적 판단 등이 어우러져 이대목동병원 사태가 발생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대목동병원과 NICU 소속 의료진에게는 여전히 비난의 화살이 겨눠져있다.

절약정신이 지나쳐 ‘허위·부당 청구’라는 불법행위로 이어졌고, 경제적 이윤에 눈이 멀어 아이들의 안전을 돌보지 않았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사망 신생아 가족들은 “단순한 감염관리 실패에 의한 의료사고가 아니”라고 울분을 토로했다.

유족들은 진료비 내역서를 확인한 결과 모든 아이들에게 각 1병씩의 금액이 투여일마다 청구돼 있었으며, 병원의 허위청구는 최대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아이들의 안전을 돌보지 않았던 탐욕의 증거이자 중대한 의료법 위반행위라고 질타했다. 이대목동병원 측도 인정했다.

여기에 더 큰 문제는 일련의 사태가 이들 4가족에게만 국한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피해자가 있을 우려가 아직 남아있다. 한 병의 주사제를 여러 신생아가 나눠맞는 관행은 오랜 기간 지속돼온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미숙아의 1회 사용량은 보통 20ml 정도다. 최소 포장단위인 100ml 1병을 모두 사용하는 경우는 없다. 만약 심평원의 설명대로라면 1병 값을 청구하면 1병 전체 급여를 받을 수 있다. 100ml 한 병을 개봉해 그 중 20ml만 사용하고, 20ml를 청구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1병 전체 급여가 아니라 20ml분의 급여만 지급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사제 1병을 개봉하고도 감염을 우려해 나머지 주사제를 폐기할까. 일선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유통되는 용량 이하로 주사제 비용을 청구한 사항이 있다면, 한 병의 약제를 분할해 사용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혹은 유족들의 주장처럼 다수의 미숙아에게 주사제를 분할해 사용하고도 개인당 1병을 사용한 것처럼 허위로 청구할 수도 있다. 사실상 시스템이 주사제 분할사용을 묵인하고 있는 셈이다.

스모프리피드 약제설명서에는 ‘한번 사용하고 남은 액은 버려야 한다’라고 분명히 표기돼있다. 남겨둘 경우 감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 주사제를 분할하는 과정에서 감염될 위험도 높다. 주사제 분할사용으로 인한 또 다른 감염사고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최소 단위가 100ml인데 20ml로 청구했다면, 심평원은 나머지 80ml를 폐기했는지 확인할 의무가 있다”며 “5개 병원 중 2곳은 삭감우려 때문에 이러한 청구가 관행화돼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의사회 차원에서 전국 NICU 실태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확인결과, 이대목동병원 NICU에서는 스모프리피드를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간 약 90여회 처방했다. 병원 측은 9월 이전에는 스모프리피드가 아닌 다른 회사 약제를 사용했다. 하지만, 심평원은 이대목동병원(NICU)에서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500ml 8병만을 청구했다고 알려왔다. 임 회장의 말대로 주사제 분할 사용이 '관행화'된 모습이다. 


◇ 구멍 ‘숭숭’ 의약품관리체계, 딱 걸린 이대목동

그렇다면 원천적으로 의료기관에서 주사제를 나눠 사용할 수 없도록 할 수는 없을까. 병원에서 의약품을 구매한 이력과 실세 사용 후 청구가 이뤄지는 현황을 연계해 비교하면 허위청구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안타깝게도 일련의 의문이 현실적으로는 해소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심평원에는 의약품 청구 정보는 물론 유통 관련 정보 등이 모두 취합돼 이론상으로는 의약품이 의료기관으로 얼마에 얼마나 들어갔고, 얼마나 사용돼 청구가 이뤄졌는지를 알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 제약사와 도매상 등이 의료기관에 공급하는 물량과 금액을 파악했다고 하더라도 의료기관에서 의약품을 사용하고 청구하는데 까지 소요되는 시간적 공백이 발생하고, 의료기관에서 기존에 구비하고 있는 재고에 대한 파악이 어려워 힘들다는 답변이다. 구멍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구멍을 메울 수는 없는 것일까. 심평원 산하 의약품유통관리정보센터는 ‘의약품 일련번호 제도’의 안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의약품의 제조단계부터 일련번호를 부착해 유통과정부터 청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일련번호가 계속해서 사용된다면 일련의 허위청구는 사라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센터 관계자는 “아직 의약품 일련번호 제도가 안착되지 않은데다 의료기관에서 청구 시 의약품 일련번호를 함께 기입하고 있지는 않아 이대목동병원의 허위청구와 같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1년에 1번 데이터를 돌려 허위청구 경향이 파악될 경우 현지조사 등을 의뢰해 확인하는 상황”이라며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려면) 도매와 의료기관에서 의약품 일련번호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오준엽·전미옥 기자 oz@kukinews.com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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