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프리카 도우라는 후원금 어디에…” 외교부 산하 구호 재단, 부실 운영 끝판왕

[단독] “아프리카 도우라는 후원금 어디에…” 외교부 산하 구호 재단, 부실 운영 끝판왕

아프리카**재단, 재단 공금 수차례 현급 출금 및 전직 이사장 돈 사고 구설… 외교부 “감독기관으로써 관리 한계 있어”

기사승인 2018-01-22 00:07:00

외교부 산하 비영리 법인의 부실 운영 실태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급식 구호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한 아프리카 구호 재단의 내부 계좌를 단독 입수해 분석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후원금은 상시적으로 현금 인출됐다. 사용처의 불분명함은 물론, 이러한 부분이 회계 장부에 반영됐는지도 확실치 않다. 재단 누리집에 공개된 자료는 2016~20172개년도 후원금 현황이 전부였다.

·현직 재단 직원들은 취재진에게 정기적인 회계 관리 및 감사가 부재했음을 인정했다. 소관부처인 외교부의 관리·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이렇듯 공적인 목적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단체의 부실 운영은 비단 해당 재단에 국한된 것일까?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 산하 국제 구호 단체들에 대한 외교부와 수사 당국의 고강도 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쿠키뉴스 탐사보도]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현지 주민 4만여 명에게 무료 급식을 지원하고 있다는 아프리카사랑재단. TV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현지 활동이 전해지는 등 외교부 산하 구호 단체 중 해당 재단의 인지도는 상당하다. 쿠키뉴스 탐사보도팀은 재단 운영 및 후원금 사용처가 불투명하다는 후원자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해당 재단의 자금 흐름과 운영 실태를 추적했다.

아프리카사랑재단은 사랑의곡식이라는 단체를 모태로 한다. ‘사랑의곡식은 미국에도 등록된 NGO인데, 한국 조직은 이후 아프리카사랑재단으로 변모, 외교부 산하 비영리 법인으로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재단 운영 과정을 보면 불투명한 재정 집행과 회계 의혹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일단 돈 사고가 여러번 발생했다. 대표적인 사고는 전직 이사장을 둘러싼 잡음이다. 황모 이사장이 취임한 이후 재단 공금 사용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전 재단 사무국 임원이었던 임모 씨는 황 씨가 재정 사고를 많이 냈다투명하게 자금이 안 쓰였고 후원금 들어온 것을 사적으로 쓴 것도 좀 있는 것 같았다고 주장했다. 김경내 이사(가명)재단 돈을 갖다가 사사로운 일에 돈을 썼다. 재단의 코 묻은 돈에 손을 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을 입증할 회계 장부 열람 요청에 대해서는 본인 업무가 아니라 모른다고 말을 아꼈다.

이들의 주장처럼 실제 황 전 이사장이 재단 자금 운용과정에서 불미스런 일을 저질렀다면, 왜 재단은 법적 대응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까. 황 씨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황씨는 변명 아닌 변명을 하려다 보면, 그 재단 자체 존재에도 어려움이 온다그쪽은(재단 쪽은) 더 큰 상황이나 상처들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재단 측에서 황 전 이사장 문제를 서둘러 정리하려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전 사무국 직원인 한모 씨는 당시 재단에서 “(황 아무개 씨가 사용한 재단 돈을) 국회 세미나, 홍보책자, 프로그램에 사용한 것으로 얘기가 됐다고 귀띔했다. 또한 해당 금액에 대해 황 전 이사장이 변제를 하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는 복수의 증언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황 전 이사장은 20146월부터 20157월까지 2700만원을 재단에 입금했다. 입금 이유에 대해 황씨는 기부의 성격이라고 밝혔다.

일련의 과정에서 재단의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가 과연 어떤 역할을 했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취재 결과, 해당 재단의 중심축은 말라위 현지에서 선교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용신 사업본부장(가명)이다. 재단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김경내 이사는 김 사업본부장의 부친이며, 지수민 이사장(가명)은 친인척 관계다. 김용신 본인과 재단 전 현직 임원들은 취재진에게 재단은 김용신 사업본부장을 중심으로 운영되며 이사진도 지인들로써 일종의 서프트 그룹’”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비영리 공익 재단과 관련해 특정인이 조직을 좌지우지하는데서 여러 문제가 비롯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터져 나온 바 있다. , 두 사람이 공익 단체를 개인기업처럼 악용, 회계 비리와 직권남용의 전횡을 저지른다는 지적이다. 아프리카사랑재단의 경우, 김용신씨가 재단 내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었던 탓에 견제 및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의 역할은 사실상 무력화돼 있었다. 여러 재단 내 사고는 견제와 균형이 무너진 상황에서 언제라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다는 게 복수의 취재원의 주장이다.

현재 아프리카사랑재단에는 여러 개의 통장이 존재한다. 그 중 취재진이 확보한 재단 통장을 살펴보면 재단 측이 후원금을 어떻게 관리했는지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20131212일부터 20151229일까지 후원금이 입금되면 ‘ATM출금형태의 현금 출금이 반복적으로 이뤄졌다. 2015년 한 해 동안에만 이렇게 은행 자동 기기로부터 현금을 출금한 금액은 55718550에 달한다. 전직 재단 직원은 매달 입출금 내역을 김용신씨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렇게 현금으로 빠져나간 후원금에 대해 김용신씨는 이렇다 할 용처를 밝히지 못했다.

김 씨는 취재진에게 후원금의 현금 인출이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문제가 많았다말라위에 있던 탓에 후원금이 그런 방식으로 빠져나가는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현재 재단 누리집에 공개된 회계 내역은 2016년과 2017년 두 해의 것이 전부다. 공개된 내역은 2016년 후원자 2016년 연간 기부금 모금액 활용실적 명세서 201712월 후원금 결산서 2017년 후원금 총 결산보고 등이다. 공개된 후원금이 한국과 미국 모두의 후원금 결산내역이냐는 질문에 김용신씨는 그것은 아니라고만 말해 구체적인 설명을 꺼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재단 직원은 후원금을 (아프리카 말라위에) 보내는 것이 이원화가 돼 있었다우리나라 회계하고 저쪽(말라위)에서 쓰는 회계가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굉장히 많은 돈이 중간에서 떼어져 나갔다고 말했다. 김용신씨에게 이 부분을 추궁하자, 김씨는 한국에서 모인 후원금이 말라위에 입금될 시 본인 개인 통장으로 입금됐다고 시인했다. 김씨는 회계 투명화를 위해 전문 인력을 채용했고, 지난해부터 말라위내 법인 통장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불투명한 자금 흐름은 이뿐만이 아니다. 한 후원자는 취재진에게 후원금 입금은 사랑의곡식에 했는데, 기부금 영수증은 아프리카사랑재단으로 찍혔다고 제보했다. 제보자의 말처럼 사랑의곡식을 모태로 한 아프리카사랑재단이 만약 사랑의곡식 운영 당시 개설한 후원금 모금 통장을 여전히 사랑의곡식부기명으로 운영 중이고 후원금을 받고 있다면, 어떤 일이 발생하게 될까. 해당 통장은 사실상 회계 보고에서 완전히 빠진 뒷주머니가 된다. 이 말은 해당 통장에 입금되는 후원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입증할 근거나 법적 의무에서 재단이 완전히 자유로워진다는 이야기다.

빙산의 일각 지적외교부, “감독기관이 취할 대책 전부 논의할 것

외교부 개발정책과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전화에서 외교부 보고 서류에서 문제를 발견했다재단 현 이사장의 청문을 실시했고, 소명을 받아들여 일단락되던 와중에 이번 사태가 불거진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관계자는 재단 내부 문제가 큰지 알지 못했다. 외교부 산하 법인이 많아 사실상 서류 미비 정도에 준해 판단할 수밖에 없고, 제재 권한도 없어 한계가 있다고 말해 현 관리·감독 시스템의 허점을 인정했다. 다만, 본지 보도와 관련해 외교부 차원에서 취할 수 있는 모든 대책과 제재 방안 등을 강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실 아프리카사랑재단은 외교부 산하 비영리 법인 500여 개 중에 한 곳에 불과하다. 건실한 공익사업을 벌이는 단체도 있지만, 이번 사례와 같이 불투명한 운영이 보고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외교부 차원의 고강도 감사와 사정당국의 수사는 공익사업의 위축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시민의 후원으로 운영하는 단체일수록 재정 투명성은 기본 조건이라는 전문가의 조언은 의미심장하다.

국내 공익사업 분야 권위자인 나눔운동본부 손봉호 대표는 아프리카사랑재단과 관련해 회계상 불투명한 부분이 있었다면서 “(공익사업을 위한) 후원금 사용과 회계 투명성은 공익 단체의 기본이라고 밝혔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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