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상센터 지원 및 응급의료체계 개선책을 발표했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한숨이 나오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져있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6일 권역외상센터 지원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을 통해 외상센터‧응급의료체계 지원책을 발표했다.
귀순한 북한병사를 치료한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가 외상센터의 어려움을 호소한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에 28만여명 국민이 참여한데 따른 것이다.
해당 답변에서는 야간에도 응급환자 이송이 가능하도록 닥터헬기 운영체계 등 환자 이송체계를 개선하고, 인력보강을 위해 일반외과, 신경외과, 흉부외과, 정형외과 등 외과계 전공의가 권역외상센터에서 일정기간 수련을 받도록 시범사업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 권역외상센터의 수가 및 인건비를 지속적으로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또 지난 23일 복지부 업무보고를 통해 권역외상센터‧권역응급의료센터 운영 확대, 닥터헬기 운영기반 마련, 권역외상센터 역할 수행에 따른 적절한 보상·제재 시행 등 중증외상 진료체계 개선을 위한 대책을 올해 상반기 중에 마련한다고 밝혔다. 또 소방청과 합동으로 응급환자 분류체계 개선을 위한 시범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다만, 이 같은 지원책에 외과‧응급의학계는 그리 반갑지 않은 눈치다.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 총무이사는 “외과 의사가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이사는 “전공의들을 권역외상센터에 강제로 투입한다고 하면 누가 외과전공의를 하려고 하겠느냐”며 “지금도 외과 전공의가 부족한 상황인데 힘들고 열악한 외상센터에 강제로 보내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공의들도 반발하고 있다. 안치현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현재 대학병원에서 외과 수련의 한 명이 많게는 70~100명 정도의 환자를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중 일부를 외상센터로 투입하면, 나머지 수련의들은 훨씬 많은 환자를 봐야한다는 것”이라며 “의료현장을 생각하지 않은 보여주기식 정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응급의학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조석주 부산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기본 방향은 환영하지만 정책이행 과정에서 해결과제가 적지 않다”이라고 평했다.
그는 “중증환자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서는 의료와 소방 간의 협조가 원활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해결이 쉽지 않았던 만큼 고착된 문제가 많다”며 “또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해서는 양적인 지원만이 능사는 아니다. 정부와 소방, 의료인 모두 개선해야할 문제가 많은 데 각각 이해관계에 따라 그동안의 해결이 쉽지 않았다. 이러한 디테일을 잡아내는 것이 정책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