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BK 가짜편지’ 작성자 신명씨, 박영선 의원에게 “두 개 ‘카드’ 쥐고 있다”
- ‘김경준 기획입국설’ 정치적 외압 없다던 당시 檢 결과, 부서질까
- 박영선, “김재수 前LA총영사·미확인 변호사 입 열면 MB 법정설 것"
검찰의 수사망이 시시각각 이명박 전 대통령을 조여 오고 있다. 핵심 측근들도 검찰에 입을 열고 있다. 최근 김재수 전 LA총영사의 귀국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그의 진술이 이 전 대통령과 관련된 여러 의혹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증거로써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의 여러 의혹을 조사해온 박영선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김 전 총영사 외에도 또 한 명의 인물이 관여되어 있고, 검찰 수사가 이어질 경우 새로운 국면에 다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지난 6일 취재진에게 “수사 진행 상황을 고려할 때, 구속 여부를 예단할 수는 없어도, MB는 법정에 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렇듯 사정당국의 칼끝이 이 전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2012년 이른바 ‘김경준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된 ‘BBK 가짜편지’ 사건과 관련한 추가 사실이 밝혀져 눈길을 끈다. 발단은 지난해 9월 14일 국회 대정부질문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영선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이 전 대통령의 수사를 촉구하는 과정에서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문자메시지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었다. “박영선 의원님께 제 본의가 아니었음을 사죄드리며 기회가 되면 무릎 꿇고 정식 사죄를 하겠습니다. 저에게는 두 개의 카드가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쓸 때는 아닙니다.(중략) 가짜편지 검찰청 발표는 담당검사 박모 검사의 말 빼고는 전부 거짓입니다.”
당시 검찰은 “BBK 가짜편지 사건에 정치적 배후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문자메시지는 이 발표가 거짓이며, 새로운 두 개의 카드는 당시 검찰 발표를 뒤집을 ‘스모킹건’일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이 같은 내용을 흘린 발신인은 누구일까. 그동안 이에 대해 박 의원은 함구해왔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급물쌀을 타면서 상황이 반전된 터. 박 의원은 본지에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문자메시지를 보낸 이는 바로 ‘신명’씨다. 신씨는 김경준씨의 감방 동기였던 신경화씨의 친동생으로, ‘김경준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된 ‘가짜편지’의 실제 작성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과거에도 박 의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BBK 가짜편지와 관련한 본인의 입장을 밝혔었고, 박 의원은 이를 언론에 공개한 바 있다.
참고로 ‘김경준 기획입국설’은 김씨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대통합민주신당의 회유로 입국했다는 주장이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청와대가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후보한테 흠집을 내기 위해 김씨 입국을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김씨의 미국 로스앤젤레스구치소 수감동료였던 신경화씨의 편지를 내세웠다. 다음은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
▷취재진=검찰의 MB 수사가 상당 부분 진전됐다.
▶박영선 의원=많이 진척됐다. 현재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 김동형·김백준·김희중이 모두 진술을 하고 있다. 이들은 MB의 핵심 3인방이다. 진술의 퍼즐을 맞출 수 있는 사람들은 김재수 전 LA총영사와 또 한 명의 ‘변호사’다. 여기까진 수사가 미치지 않았다. 수사가 이뤄진다면 MB는 법정에 설 수 밖에 없다.
▷검찰 포토라인에서 법정이라면, 더 진전된 것 아닌가.
▶현재로선 구속 여부를 판단키 이르지만, 수사 진행 상황을 보면 결국 법정에 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BBK와 관련해, 지난해 9월 14일 박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제보자의 문자메시지를 추가 공개, 공개적으로 수사를 촉구했었다. 문자메시지의 발신인을 공개할 수 있나.
▶신명씨다. 당시 가짜편지 사건 국면에서 흑인 한 명이 등장했다. 그는 김경준에게 한국에 가봤자 소용없다는 식으로 유도했다는 식의 주장이 나왔었다. 물론 나중에 전부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