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투(MeToo)’운동이 우리 사회 곳곳으로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검찰 내 성추행을 고발한 서지현 통영지검 검사를 시작으로, 임은정 서울북부지검 부부장검사도 미투 운동 대열에 합류했다.
이어 미투 운동은 정치권으로도 번졌다. 정의당은 당내 성추행 사실이 있었음을 시인, ‘반성문’과 진상조사 및 대책 마련을 발표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과거 로펌 대표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추가로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민주당 소속 여성 의원들은 미투 운동 지지 의사를 밝혔다.
미투 운동은 문화계로 번졌다. 최영미 시인이 고은 시인의 과거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데 이어 연극배우 이명행과 원로 연극연출가 이윤택의 성추행 사실도 만천하에 드러났다. 다시 미투는 언론계로도 번졌다. CBS, KBS 기자들도 과거 사내에서 성희롱 피해 사실을 밝혔다.
이렇듯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과 성희롱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법과 정부가 그동안 여성 폭력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리고 여성 폭력 근절을 법 차원에서 지켜야 한다는 이러한 요구는 최근 국회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정춘숙 의원은 21일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의 여성 폭력에 대한 국회 차원의 대책안을 전했다. 이날 전 의원은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을 발의 취지에 대해 “작년 한해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가 전 세계를 뒤흔들었고, SNS를 통해 성범죄를 고발하는 #미투 캠페인이 한국사회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며 “법조계 문화계 교육계 등 곪아왔던 성범죄 피해 고발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한 해 동안에만 ▶강남역 살인 사건 ▶문화예술계내 성폭력 사건 ▶한샘 직장 내 성폭행 사건 ▶이혼소송중인 아내 살해 사건 ▶전 분야에 걸친 미투 캠페인 등 수많은 여성폭력이 발생했다.
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은 ‘젠더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첫 번째 공약은 ‘(가칭)젠더폭력방지기본법’제정이었다. 여성에 대한 폭력방지 기본법은 우리나라 여성들이 더 이상 폭력에 대한 두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범죄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우리사회 전체의 시스템을 바꾸고자 제안해온 저의 입법과제이다”라고 법 제정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강력 흉악범죄 피해자 중 여성 비율이 89%로 여성안전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면서 “여성의 51%는 여성에 대한 각종 폭력으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다. 실제로 여성 폭력은 가정폭력, 성폭력을 비롯해 데이트 폭력, 스토킹 범죄, 몰카 범죄 등 다양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전 의원은 “그동안 국가는 여성에 대한 폭력에 대해 가급적 개입하지 않았고, 가해자와 피해자에게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새롭게 발생하는 여성에 대한 폭력 개념을 담아내고 있지 않아 국가가 나서서 범죄자 처벌 및 피해자 지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해 법의 한계를 지적했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의 주요 내용은 ▶여성폭력방지 기본계획 및 연도별 수행계획 수립 근거 마련 ▶일관성 있는 국가통계 구축 ▶여성폭력 특수성 반영한 피해자 지원 시스템 마련 ▶성평등 의식 확산 및 여성폭력 예방 위한 폭력예방교육 체계 재정립 ▶다양해지는 여성폭력 피해자 보호체계 강화 ▶여성폭력에 대한 국제개발협력사업 근거 마련 등이다.
전 의원은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없어지지 않는다면, 이 땅의 인권과, 정의, 미래도 없을 것”이라며 “여성의 안전이 보장되는 평등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초석”이라고 강조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