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연휴에 투신 사망한 故박선욱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유가족이 입장을 발표했다.
사망한 박 간호사의 큰 이모라고 밝힌 유가족 대표 A씨는 “죽은 선욱이의 명예를 회복해달라”며 유가족이 납득할 수 있는 내부감사결과 보고서와 재발방지대책을 공개할 것을 병원과 정부에 요구했다.
이하 유가족 성명서 전문
저는 선욱이의 큰 이모입니다. 선욱이어머니는 지금 많이 힘들어 하셔서 제가 대신 유가족 입장서를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죽은 선욱이는 저희 세 자매에게는 첫 아이이자, 첫 조카였습니다. 형부가 일찍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선욱이에게 아빠의 빈 자리를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한 동네에 살며 매일같이 저녁을 함께 먹을 정도로 왕래가 잦은 편이어서 “이모! 나는 엄마가 세명인 것 같아”라고 말하며 달려와 안기곤 했습니다.
가족들 사이에서 선욱이의 별명은 ‘잘난척 대마왕’이었습니다. “엄마 나 장학금 탔다? 나 잘했지? 잘했지?” “이모 나 좀 예쁘지 않아?” 저희는 선욱이가 이런 애교를 부릴 때마다 으이구 이 잘난척 대마왕아~ 라고 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애교도 많고 자신감 넘치던 우리 선욱이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 것은 병원 입사 후 한달이 지난 시점부터였습니다.
힘없는 목소리로 “이모...내가 전화를 잘 못 한대.”“이모...나는 손이 좀 느린 것 같아.”“우리 선생님은 잘 안 가르쳐 주는 것 같아.”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집에는 언제 내려올 거냐는 말에 “이모 내가 모르는 게 많아서 공부해야 돼.”“이모 내가 잘못 배운 것 같아.”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선욱이는 아주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할 정도로 성실한 아이였습니다. 공부머리랑 일머리는 다르다고 한다지만...우리 아이가 그렇게 부족했습니까? 우리 아이가 그렇게 모자랐나요?
그럼 애초에 불합격시킬 것이지 왜 데려가셨어요. 서울아산병원에겐 모자란 아이였는지 몰라도 우리에겐 과분하다 못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석같은 아이였는데 왜 멀쩡히 웃으며 병원에 들어간 우리 아이가 싸늘한 주검이 되어서 돌아오게 만들었습니까?
선욱이가 아직 어려서 영정사진으로 쓸만한 사진이 없어 입사 지원할 때 찍은 사진을 썼습니다. 영정사진 속의 선욱이는 면접 때 입었던 정장을 입고 있었습니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하얀 블라우스와 검은색 정장을, 면접 잘 보라고 꼭 합격하라고 온가족이 백화점을 몇 바퀴씩 돌며 함께 골랐던 옷입니다. 선욱이는 그렇게 온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저희에겐 정말 소중한 아이였습니다.
저희 유가족들은 요구합니다.
죽은 선욱이의 명예를 회복해주십시오. 선욱이는 예민한 아이도, 우울한 아이도 아니었습니다. 진짜 이상한 것은 우리 선욱이가 아니라 멀쩡했던 아이가 자살까지 결심하게 만든 병원입니다.
매년 수많은 간호사들이 선욱이처럼 힘들어 하며 병원을 그만둔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사실을 알고도 아무 것도 개선하지 않은 채 아이들을 고통 속에 방치해온 것은 병원입니다. 병원은 그 책임을 인정하고 죽은 우리 선욱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하십시오. 이 죽음이 아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병원의 큰 잘못에 의한 죽음임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우리 선욱이와 같은 불행한 아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유가족이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해주십시오. 병원의 내부감사결과 보고서를 유가족에게 공개하고 철저한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여 저희처럼 고통 받는 유가족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 주시길 바랍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