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투신 간호사 추모 리본, 하룻밤 새 사라진 이유는?

서울아산병원 투신 간호사 추모 리본, 하룻밤 새 사라진 이유는?

병원 측 "추모 마음은 같지만… '죽음' 메시지, 환자에 부정적 영향 우려"

기사승인 2018-02-27 15:25:36

설날을 하루 앞두고 투신한 故 박선욱 서울아산병원 간호사를 향한 동료 간호사들의 추모 물결이 하룻밤 새 지워졌다.

지난 26일 저녁 간호사연대는 숨진 박 간호사를 추모하고자 잠실나루역에서 서울아산병원으로 가는 길목 육교에 하얀색의 리본을 달았다.

“하늘나라에서는 행복하세요.”, “개인이 아닌 시스템의 잘못.”, “하늘에서 편히 쉬세요.” 등 각 리본에는 동료들의 마음을 담은 글귀도 적었다.

이날 간호사연대는 추모리본을 단 후 페이스북 계정에 “부푼 꿈을 안고 이제 막 세상에 첫 발을 내딛었던 한 간호사가 천사가 되어 우리 곁을 떠났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그대 가시는 길 외롭지 말라고 하얀 리본을 매어둔다”고 올렸다.

그러나 이 리본은 이튿날인 27일 아침에는 사라져있었다. 병원 측이 민원을 받고 리본을 이날 새벽 3시경 이동시킨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추모 흔적을 섣불리 없앴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환자 민원에 따른 조치라고 해명했다. 27일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자정 넘은 시각에 병원 대표전화로 고객 민원을 받았다. 환자와 보호자에 자칫 죽음에 대한 글귀가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이라 현장에서 3시간 정도 기다리다 결국 이동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인에 대한 추모의 마음은 병원도 깊이 공감한다. 다만 환자들의 치료공간임을 배려해 논의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현재 최대한 훼손 없이 보관하고 있다. 연락이 닿는 대로 (간호사연대에)돌려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병원 측은 현재 유가족의 요구에 따라 전수조사 및 재발방지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간호사연대 관계자는 “우리도 기사를 보고 (리본이 떼진 것을)알았다. 동료를 추모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에 병원에 항의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문제는 개별적인 문제가 아니라 간호사 법적인원수가 제한되지 않아 발생한 시스템의 문제다. 앞으로도 이로 인한 피해자를 추모하는데 집중할 계획”라고 덧붙였다. 간호연대는 28일 병원으로부터 추모 리본을 회수할 예정이다.

한편, 간호사연대는 오는 3일 서울 광화문역 4번 출구 교보빌딩 앞에서 故 박선욱 간호사를 추모하는 집회를 연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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