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당뇨 환자들은 일생동안 생명의 위협을 안고 살아갑니다. 이들에게 체계적인 치료 제공은 물론 당뇨 완치의 꿈도 실현하고 싶습니다.”
김광원 가천대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중증 당뇨병 환자들에 희망을 주고 싶다”며 이 같이 말했다. 가천대길병원은 지난 5일 중증 당뇨병 인공지능(AI) 클리닉을 열었다. AI를 접목한 맞춤형 혈당관리, 합병증 치료, 그리고 완치 목적의 췌도 이식 등 중증 당뇨병 환자들에 맞춘 체계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당뇨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으로 최근 고령화와 더불어 환자 수가 매년 늘고 있다. 다만, 그동안 당뇨에 대한 관심은 경증 환자에 집중돼 중증·고위험 당뇨환자들 치료시스템 등에서 비교적 소외돼 있었다. 김 교수는 “당뇨병에는 경증에서 중증까지 여러 단계가 있다. 그간 같은 공간에서 이들 모두를 진료했다면, 이 중 가장 까다로운 중증 당뇨 환자를 따로 모아 체계적으로 접근하려 한다”며 “아직까지 중증 당뇨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분분하고, 중증 당뇨만을 다루는 치료센터도 많지 않다. 지금껏 없는 길을 한 번 모색해보자는 취지로 (클리닉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중증 또는 고위험 당뇨 환자는 ▲인슐린 분비능이 없는 환자 ▲생명을 위협하는 당뇨병의 급성 합병증으로 입원을 반복한 환자 ▲심각한 수준의 당뇨 합병증이 있는 환자 ▲혈당 조절이 어려워 하루 최소 4회 이상의 인슐린 주사가 필요한 환자 ▲혈당 조절을 위한 인슐린 펌프가 필요한 환자 ▲췌도 또는 췌장이식이 필요한 환자 등이다.
중증 당뇨 환자의 삶의 질도 무척 낮다. 투병하는 환자 본인은 물론 대부분 가족도 함께 고생한다. 치료제 사용에도 불구하고 혈당조절이 어려워 언제든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중증 당뇨 환자 가족들은 밤에 잠도 자지 못한다. 환자가 잠을 자는 것인지, 혈당이 떨어져 나타난 혼수상태인지 모르니 환자를 계속 깨워 확인하는 것이라며 “낮 동안 멀쩡하다가 갑자기 저녁에 사망하는 병이 중증 당뇨병”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클리닉에서는 AI기술을 혈당관리에 적용했다. 인슐린 펌프 시스템(640G insulin pump)에 자체 내장된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환자의 저혈당을 미리 예측해 인슐린 주입속도를 조절한다. 환자의 혈당이 떨어지면 인슐린 주입속도를 늦추고, 혈당이 높아지면 인슐린 주입속도기 빨라져 자동으로 고혈당과 저혈당을 예방하는 방식이다.
또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도 이식을 통해 중증 당뇨 완치에도 도전한다. 췌도 이식은 췌장 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도를 공여자에게서 분리한 뒤를 수혜자의 간문맥에 이식해 췌도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고난도 수술법이다. 이뿐만 아니라 돼지에서 분리한 췌도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종 이식도 연구, 현재 임상 준비 중에 있다.
김 교수는 “돼지에서 분리한 췌도를 사람에 이식하는 치료법을 세계 최초로 시작하고자 서울대와 함께 준비 단계에 있다. 정부의 허가가 나오는 대로 빠르면 금년 말에서 내년 초에는 임상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며 “중증 당뇨로 고통받는 환자들, AI같은 최신 치료법으로도 관리가 어려운 환자들에게 무언가 해결책을 줘야한다는 고민에서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류 최초의 당뇨병 치료제인 인슐린을 돼지의 췌장에서 얻었고, 이것을 70~80년 정도 오랜 기간 써왔기 때문에 효과나 안정성은 보장돼있다”며 “아예 돼지의 췌도 이식이 성공한다면 당뇨를 완치하는 획기적인 치료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당뇨는 어떤 면에서 보면 암보다 무서운 질병이다, 암은 시작과 끝이 있지만 당뇨는 평생 안고 가는 끝이 없는 질환이다. 이는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짐”이라며 “의료진으로서 중증 당뇨환자에 희망을 주고 싶다. 개인적인 연구 성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뇨 완치의 꿈을 갖고 진료와 연구에 임하고자 한다”며 포부를 밝혔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