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비해 80대 이상 건강한 분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관리 안 한 40~50대보다 혈관이나 몸 상태가 좋고, 설령 암수술을 하더라도 회복이 빠릅니다.”
이인규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고령 환자들에게도 가능하면 대장암 수술을 권한다”고 말한다. 삶의 질 때문이다. 대장암이 커져 대장을 막을 정도로 진행된 환자의 삶의 질은 매우 낮다. 정상적인 배변이 어려워 뱃속이 부풀어 오르고 통증이 나타나는 등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매우 어려운 상태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여타 암들은 조금 진행이 됐더라도 당장 먹고 사는데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장암은 그렇지 않다”며 “연령이 높은 만큼 리스크도 증가하기 때문에 수술여부는 선택의 문제지만, 암 덩어리를 잘라내기만 하면 한참 더 오래 멀쩡하게 살 수 있는 환자들에게는 수술이 좋은 선택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국내 대장암 치료 수준에 대한 자신감도 녹아있다. 우리나라는 대장암 발병률 1위 국가다. 대장암 발병률은 10년 전보다 약 75% 급증했고, 지난해 대장암 사망률은 10만 명당 16.5명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대장암 환자가 늘어날 동안 국내 의료진들도 꾸준히 치료기술 발전을 늦추지 않았다.
이 교수는 “대장암 치료 분야에서는 우리나라가 세계를 이끌고 있다. 복강경, 로봇수술 등으로 후유증은 적고 치료수준은 높다”며 “최근에는 조기회복프로그램을 통해 수술로 나타나는 기능저하도 최소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 서울성모병원 대장암센터는 ‘수술 후 조기회복(EarlyRecovery After SurgeryㆍERAS)’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수술 전후 환자의 영양섭취를 유지해 수술로 인한 기능손실을 최소화했다.
‘건강 노인’이 늘어난 까닭도 있다. 과거에 비해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건강검진 등 의료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건강관리를 잘 한 채로 나이든 노인이 증가한 것이다. 이들은 암이 생겼더라도 조기에 진단받아 빠르게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고, 수술 후 회복력도 나쁘지 않다.
이 교수는 “예전에는 70세만 돼도 곧 죽는다고 했지만 지금의 70세는 늙은 것이 아니다. 80~90이 되어도 건강한 노인이 많다”며 “또 국가건강검진의 영향으로 최근 조기 환자들이 늘었다. 대장암이 급격하게 퍼지는 환자도 있지만 작은 용종부터 꾸준히 발전하는 환자들의 경우 조기검진으로 관리하고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장암의 가장 큰 원인은 서구화된 식습관이다. 과거에 비해 야채는 적게 먹고, 고기 등 기름진 음식은 많이 먹는 것이 문제다. 이 교수는 “특정 음식을 골라먹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방식으로 골고루 먹어야 한다. 고기를 먹되 기름기가 적은 부위를 먹고, 야채도 곁들여 먹으라고 조언한다”며 “꾸준히 운동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마음을 편안하게 다스리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