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영씨(61세·가명)은 얼마 전 충격적인 진단을 받았다. 5년이 넘도록 목디스크인 줄 알았던 질환이 알고 보니 척추 뼈가 자라는 희귀질환이었던 것이다. 그 동안 김씨는 재활의학과와 한의원을 전전하며 물리치료와 도수치료 등을 받고, 정형외과에서 비수술요법으로 유명한 시술도 받아봤지만 호전이 없었다. 상태는 계속 악화돼 결국 손발이 떨리고 움직임이 둔화되면서 통증으로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지경으로 발전했다. 김씨의 지인은 “아파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내내 울며 지낼 정도였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손발이 저리고 예전보다 걸음걸이가 둔해졌을 경우 흔히 뇌졸중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목과 어깨의 통증이 함께 나타났다면 ‘후종인대골화증’을 의심해야 한다. 목디스크, 뇌졸중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지만, 치료방법이나 발병원인이 전혀 다르다. 김씨의 사례와 같이 목디스크 등으로 오인해 치료 헛물을 켜다 적정 치료시기를 놓치는 환자들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후종인대골화증’은 척추 뒤쪽에 위치한 후종인대가 뼈처럼 딱딱하게 변하는 질환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골화된 후종인대가 점차 두꺼워지는 것이 특징이다. 초기 증상은 척추디스크(추간판탈출증)와 비슷하지만, 골화된 부위가 커지면서 척추의 신경을 누르기 때문에 마치 뇌졸중 환자처럼 손발을 떨거나 보행장애를 겪으며, 심한 경우 사지마비에 이르기도 한다.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유전전 소인이 강한 것으로 보고된다. 아시아인의 발병율(2.4%)이 높고. 비아시아인(0.19%~1.6%)은 그보다 적다.
특히 아버지가 후종인대골화증을 앓을 경우 아들이 같은 질환에 걸릴 확률이 50%로 높은 편이다. 발병 시기는 개인차가 있지만 대개 50~60대 중년에서 주로 발견되며,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2~3배가량 많다.
한림대성심병원 척추센터 김석우 교수(정형외과)는 “후종인대골화증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 목디스크나 뇌졸중인줄 알고 병원에 왔다가 발견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안타까운 점은 정확한 진단이 되지 않아 치료시기를 놓치는 환자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김 교수가 만난 환자들 중에는 통증관리 등 대증치료에만 매달리거나 뇌졸중으로 오인해 불필요한 약을 복용했던 이들도 종종 있다.
김 교수는 “종이를 집거나 단추를 채우는 일이 힘들고, 손목에 힘이 없고 걸음걸이도 어색해지는 증상이 있다. 그런데 뇌졸중과 달리 생각이나 정신은 또렷하다면 후종인대골화증일 가능성이 높다”며 “또 오랜 기간 목디스크나 허리디스크로 고생했지만 생각보다 잘 낫지 않는 환자들도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후종인대골화증은 수술적 치료가 최선이다. 불필요하게 커진 뼈로 인해 좁아진 공간을 넓히거나, 골화된 뼈를 잘라내는 방식이기 때문에 수술 난이도도 높은 편이다. 김 교수의 경우 척추 뼈를 갈라 좁아진 공간을 넓히는 수술법을 선호한다.
김 교수는 “수술 후 회복이 드라마틱하다. 이틀정도 경과를 보면 많은 기능이 살아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중추신경 압력으로 제 기능을 못했던 신경들이 수술과 동시에 회복되기 때문이다. 수술 전 일상생활이 힘들어 좌절을 겪던 환자들이 수술 후 일상생활에 대부분 복귀할 수 있게 되니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척추신경은 지속적으로 압박을 받으면 죽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난 후 6개월~1년 내에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며 “의심이 된다면 치료시기를 놓치지 말고 전문가와 상의하라”고 조언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