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강이 엄마 최윤주씨가 또 다시 눈물을 흘렸다. 그는 ‘예강이 사건’이 이대로 끝나면 의료사고 피해자들은 더 이상 목소리를 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토즈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예강 어린이 응급실 사망사건에 대한 1심 민·형사판결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2014년 당시 9살이던 전예강 어린이가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7시간 만에 사망한 이후 유족은 지난 4년 동안 병원과 법적공방을 이어왔다. 그런데 최근 민·형사 법원이 잇따라 병원의 손을 들어주자 이에 반발한 것이다.
지난 1월 19일 전예강 어린이 사망사건을 다루는 1심 형사법원은 진료기록부 조작 혐의를 받는 해당 병원 인턴에게 100만원의 벌금형 유죄판결을, 간호사에게는 진료기록부 조작이 아닌 실수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25일 1심 민사법원은 유족에게 패소 판결했다.
지난 2016년 바이탈 수치 등 응급진료기록부를 허위기재한 인턴과 간호기록부에 수혈시간을 잘못 적은 간호사를 대상으로 제기한 형사소송과 2014년 당시 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 대한 결과다.
해당 판결들에 대해 전예강 어린이 유족과 환자단체는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이들은 사망사건의 주요 쟁점을 들어 반박했다. 현재 두 건의 소송은 각각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전예강 어린이는 당시 백혈병·혈액암이 의심되는 응급환자였다. 따라서 응급수혈 처방이 필요함에도 당시 의료진은 일반수혈 처방을 했다“고 지적했다.
응급수혈로 처방할 경우 혈액은행에서 응급실에 혈액이 도착하고 수혈까지 35분이 걸리지만, 전예강 어린이에는 일반수혈로 처방해 184분 후에야 수혈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또한 당시 소아청소년과의 협진 의뢰에 따라 소아신경과·소아혈액종양과의 협진결과를 회신한 후 처방을 해야 했다 그러나, 협진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2년차 전공의가 요추천차시술을 성급히 결정한 점도 지적했다.
특히 환자단체는 병원의 진료기록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환자단체는 진료기록 내역 등을 입수해 해당병원 인턴과 간호사가 각각 응급진료기록부와 간호기록부를 허위기재한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그러나 형사법원은 인턴에게는 100만원의 벌금형을 내리고, 간호사에게는 실수를 인정하고 무죄 판결했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법원이 실수로 판결하면 의료사고 유족이 어렵게 진료기록 허위를 입증해도 무죄가 되는 모순이 발생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인턴이 예강이를 포함한 환자 9명의 바이탈 수치를 동일하게 허위기재했음에도 1심 민사법원에서 병원은 허위기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행태를 고려하면 간호사의 수혈시간 허위기재도 실수가 아닌 고의일 개연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법원은 진료기록 허위기재가 명백하지 않으면 무죄를 선고한다. 그런데 진료기록 허위기재가 명백함에도 법원이 실수로 참작해 무죄를 선고한다면 앞으로 의료사고 피해자나 유족은 의료과실 입증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환자단체와 전예강 어린이 유족은 원하는 것은 또 다른 의료사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제도적 안전망이다.
최성철 암시민연대 대표는 “진료기록부를 사후에 조작하고도 의도성이 없고 실수라고 판결한다면 앞으로 모든 조작을 실수라고 내세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최 대표는 “보통 영리를 목적의 허위진료기록부를 작성에 80만원에서 100만원 사이의 벌금형을 내린다. 그러나 이번 건의 경우 응급실의 진료기록을 조작한 것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진료기록부를 조작한 것과는 죄질이 다르다. 이를 허용하게 되면 병원이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해도 100만원 남짓 벌금만 내면 되니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적으로 허위로 문서를 작성하면 사기죄가 된다. 그런데 의료인이 허위 작성한 것은 재산상 손해를 가하는 것을 넘어 환자의 건강과 생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의사의 재량을 넓게 인정하는 만큼 책임도 강화해 가중처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예강이 엄마 최윤주 씨는 “명백한 증거를 가지고도 결과가 정당하게 나오지 않는다면 다른 의료사고 피해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는 일이다. 의료사고로 소송을 해도 피해자가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이 없어질 것이고, 나라와 법에 대한 기대도 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법원이 공정하게 심판을 해서 잘잘못을 가려줬으면 한다. 의료진들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시인하도록 하고 앞으로 그러지 말라고 제재할 것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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