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은 흔히 ‘생명의 본질’이라 여겨진다. 이 피를 생명수처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조혈모세포 이식 대상자들이다.
조혈모세포는 혈액을 만드는 어머니 세포를 말한다. 특히 백혈병 등 혈액암 환자들에게는 조혈모세포 이식이 주된 치료법중 하나다. 기존의 병든 세포를 제거하고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면 수명연장, 완치 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까지도 이식 가능한 공여자를 찾지 못해 제 때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 따르면, 국내 조혈모세포 기증 공여자는 약 30만 명 수준으로 이식이 필요한 환자의 절반 이상은 적합한 공여자를 찾을 수 있다.
조혈모세포는 환자 본인에게서 채취해 이식할 수도 있지만 병이 많이 진행된 이후에는 이식이 어렵기 때문에 타인의 기증에 의존한다. 또 최근 저출산 추세로 과거보다 가족 내에서 마땅한 공여자가 없는 경우가 많아 비혈연간 조혈모세포 이식이 일반적인 추세다.
이식 전에는 조직검사를 통해 환자와 일치하는 조직적합성항원(HLA)이라는 유전자형을 가진 기증자가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진행된다. 그러나 비혈연간 일치확률은 높지 않다. 보통 환자와 기증자간 일치확률은 부모5%, 형제자매 25%, 타인의 경우 많게는 2만분의 1 정도다. 따라서 국내에서 공여자를 찾지 못한 일부 환자들은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동욱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한국인에 흔한 타입의 항원을 가진 환자들은 대부분 공여자를 찾을 수 있다. 개인에 따라 곧바로 맞는 기증자가 나오는 환자가 있는 반면, 해외로 연계해야 하는 환자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공여자를 찾지 못한 환자의 절반 이상은 일본, 대만, 중국 등 인근 아시아국가에서 찾고, 아시아국가에서도 적합한 공여자가 없는 경우에는 미국이나 독일 등으로 눈을 돌린다. 멀어질수록 멀수록 확률은 낮아지고, 비용은 높아진다.
따라서 조혈모세포 기증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기증자가 많을수록 이식이 적합한 공여자를 찾을 확률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기증자가 조혈모세포은행 등에 기증 희망 신청을 해두면 추후 조직적합성항원(HLA)이 일치하는 환자가 나타났을 때 면담 및 건강상태 검사를 거쳐 기증이 이뤄진다.
기증 과정에서 통증, 발열, 불면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지만, 기증 후 2~3주 이내에 기증 전 상태로 조혈모세포가 회복되므로 혈액세포 생산 능력 등에는 지장이 없다. 또한 최근 의료계에서는 조혈모세포 기증자의 건강관리에도 주목하고 있다. 김 교수는 “대다수 의료진들이 기증 과정에서 최우선 목표를 기증자의 건강 보호로 두고 있다”며 “기증자의 건강은 매우 중요한 주제다. 앞으로 관련 연구가 더욱 많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