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장인영(30·가명)씨는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홍삼엑기스를 입에 털어 넣는다. 쓴맛을 삼키면서 간신히 잠을 깬다. 점심식사 이후에는 여러 약이 플라스틱 약통을 꺼낸다. 비타민C, 오메가3, 루테인, 히알루론산, 엘시스타인, 코엔지임Q10 등 매일 먹는 약만 6~7가지가 넘는다. 대부분 해외직구로 저렴하게 구매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종종 ‘약장수’라는 핀잔을 듣지만, 함께 입사한 동기도 같은 ‘약통’을 가지고 있다. 교육관련 기업에서 근무하는 장씨는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4일 이상 저녁 10시가 넘은 시간에 퇴근한다고 했다.
건강보조제를 찾는 20~30대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과로와 스트레스로 지친 몸을 건강기능식품 등에 의존해 극복하려는 것이다.
젊은 세대가 건강보조식품을 접하는 기반은 바로 해외직구다. 품목이 다양하고, 국내 제품에 비해 저렴하다는 이점 때문이다. 언어, 모바일·인터넷 뱅킹 등에 익숙한 이유도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7년 국내로 반입된 해외직구 품목 중 건강기능식품은 497만건(20.8%)으로 가장 많이 수입됐다. 이는 전년도(2016년, 350만건)에 비해 42% 증가한 수치로 건강기능식품의 해외직구는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그러나 의료계 등에서는 젊은 세대의 건강보조제 열풍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기대하는 만큼 효과가 없고, 오히려 몸에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건강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명승권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관리정책학과(가정의학과) 교수는 ‘건강기능식품’의 무용론을 제기했다. 한 마디로 효과가 없다는 이야기다.
명 교수는 “아직까지 건강기능식품의 효과가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례는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기능을 인정한 일부 품목조차 정확한 임상연구를 거쳤다고 보기 어렵다. 근거가 되는 개별 논문들은 대부분 조사대상자의 수가 적고, 연구비 출처를 명시하지 않는 등 질적 수준이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건강기능식품의 효능과 관련된 논문을 메타분석한 결과 효과가 증명된 것은 없었고, 오히려 사망위험을 높이는 등 부작용이 보고됐다”며 “만일 효능이 있다면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다. 효능의 실체는 없고, 부작용에 대한 불안은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즉, 먹어서 좋은 점보다 안 좋은 점이 더 많다”고 강조했다.
건강보조제 열풍의 근본적인 원인은 ‘건강하지 못한 생활’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황희진 국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생활습관이 망가져 생긴 증상을 건강기능식품으로 해결하려는 자체가 난센스”라며 “스트레스를 받아 생긴 산화작용을 건강기능식품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일부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근본 원인을 먼저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에 따르면, 만성피로로 진단을 내리려면 ▲규칙적인 수면습관을 가지고 있으며, 수면장애가 없을 것 ▲섭취 및 소화·배출 기능에 문제가 없을 것 ▲육체적·정신적으로 충분한 휴식을 가지며 불안, 짜증, 스트레스, 우울증 등 정신적인 문제가 없을 것 등 세 가지 요건에 부합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피로증상이 있어야만 한다.
황 교수는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고도 피로증상이 나타나는 사람에게만 만성피로 진단을 내린다. 이 때 검사를 해도 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비로소 건기식을 고려할 수 있다”며 “단순히 피곤하다고 표현하는 사람에게 항산화제를 먹으면 된다는 식의 접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우울증이나 다른 질환이 피로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근본원인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주와 금연, 꾸준한 운동을 대신할 수 있는 보조제는 없다. 또 불안, 우울, 짜증, 불면 등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있다면 참지 말고, 빠르게 조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직장인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야근, 과로 등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성애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정책기회국장은 “사회초년생의 경우 보통 직장을 금방 그만두거나 절박한 심정으로 버티는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며 “금방 그만둔다는 것은 노동조건이 너무나 안 좋다는 것이고, 절박하게 버티는 경우는 보상은 괜찮으나 삶을 옥죄는 양상인 것이다. 궁극적으로 직장 내 노동시간과 인력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약에 의존한다든가 질병에 노출되는 현상은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