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과 관련해 교수 2명과 간호사 2명에 구속영장이 청구된 가운데,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2일 성명을 통해 “경찰의 주장은 입증할 만한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 며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및 형사처벌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경찰이 의료진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것은 주사제 준비 단계’에서 오염이 역학적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는 질병관리본부의 감염경로 역학조사 결과에 근거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는 단순히 역학적 개연성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경찰 주장 외에도 지질영양제 원병 또는 수액 세트가 이미 오염되어 있었을 가능성, 지질영양제 이외의 다른 주사제에 의한 오염 가능성, 중심정맥관에 자라던 균이 패혈증을 일으켰을 가능성 등도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신생아에게 투여된 지질영양제 원병은 이미 폐기되어 균 오염 여부를 증명할 수 없고,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팀은 경찰이 다녀간 후 사건현장이 보존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사를 시행하여 결정적인 증거를 찾는데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올해 3월 서울대학교병원 연구팀이 이번 사건과 연관된 실험실 연구를 시행한 결과 신생아 급사의 원인으로 전격성 패혈증(fulminant sepsis) 이외에 폐색전증의 가능성을 함께 제시했다”며 “이는 80분 사이에 4명의 신생아가 연속적으로 사망한 것을 시트로박터 패혈증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신생아 사망의 원인이 아직 과학적으로도 완전히 입증되지 않았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제시했다.
또 “미국 FDA는 이번 사건의 지질영양제인 스모프리피드가 그 자체로도 폐색전증을 일으켜 미숙아의 사망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연구소에 따르면, 신생아중환자실에서의 패혈증 집단발병이 영국과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보고된 바 있다. 2011년 12월 북아일랜드 런던데리에 위치한 Altnagelvin 병원은 신생아실에서 녹농균에 의한 집단감염을 보고했는데 3명이 감염돼 이 중 1명이 사망했다. 2012년 1월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 있는 한 병원(the Royal Jubilee Maternity Service)의 신생아실에서도 녹농균에 의한 집단감염으로 3명의 신생아가 사망했다.
이에 북아일랜드 보건사회부 장관은 규제 및 질향상 기관(The Regulation and Quality Improvement Authority, RQIA)에 사건에 이르게 된 상황과 개입 효과에 대해 독립적으로 검토할 것을 지시하였다. RQIA가 발표한 관련 보고서에서는 가장 가능성 있는 녹농균의 전파경로를 기저귀를 갈면서 신생아를 씻는데 사용한 수돗물이 녹농균에 오염되어 발생한 것으로 결론지었고, 보관을 위해 얼린 모유를 녹이기 위해 사용한 수돗물도 기여한다고 봤다.
연구소는 “이 사건에서 보건사회부 장관은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이러한 불행한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병원들이 새로운 지침에 따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건에서도 해당 병원 의료진의 감염 및 위생관리에 문제가 있음이 지적되었지만, 해당 의료진을 처벌했다는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해 4월 미국에서 있었던 신생아중환자실 감염사건에서도 의료진을 처벌한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의료진의 지도·감독 의무 위반이 신생아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증거가 부족하다. 따라서 의료진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및 형사처벌에는 강력히 반대한다”며 “정히 수사당국이 감염 및 위생관리에 대한 지도이대목동병원 의료진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및 형사처벌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