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영장...병원은 당혹, 의사는 발끈, 유족은 한숨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영장...병원은 당혹, 의사는 발끈, 유족은 한숨

의료계는 분노·절망·슬픔, "병원 떠날 것" 우려도…유족 "의료계 책임 회피에 상처"

기사승인 2018-04-03 04:00:00

 병원 내 감염때문에 발생한 사망사건은 누가 책임져야 할까.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집단사망 사건 관련 경찰이 의료진 4명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을 두고 의료계와 유족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의료사고전담팀은 지난달 30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 4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협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대상 의료인은 주치의 조수진(45) 교수와 박모 교수, 수간호사 심씨와 간호사 나씨 등이다.

경찰은 영장신청 사유로  '잘못된 관행'을 지목했다. 경찰은 “수사 결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의 잘못된 관행에 따라 지질영양제를 준비하는 과정에 시트로박터균(Citrobacter Freundi)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며  “잘못된 관행을 묵인·방치해 지도·감독의무 위반의 정도가 중한 사람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 발표에 대해 병원계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사립대학교의료원협의회와 대한사립대학병원협회는 2일 공동성명을 통해 “의료진에 대한 구속은 다수의 중환자를 매일같이 치료해야 하는 수많은 의료진에 소명의식을 거두고 자부심마저 위축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공동 협의회는 “구속 대상 의료진들은 증거인멸이나 삶의 터전인 병원과 병마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버리고 도주할 가능성이 없다. 또한 해당 의료진들을 믿고 건강한 삶을 소망하는 수많은 환자와 가족들에게도 실 날 같은 희망을 빼앗게 된다는 점에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구속영장 적부심 절차에서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며 법원에 요청했다. 이와 관련 영장신청대상 이대목동병원 의료인 4명은 현재 병원에서 정상 진료를 보고 있다.

앞서 대한병원협회도 30일 경찰 발표 직후 “당혹감을 감추기 어렵다”며 “충분한 조사가 이뤄졌고, 이번 사태로 인해 제도적 문제 또한 개선되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해당 의료진의 구속영장 신청은 의료인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것”이라며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신중히 검토해 줄 것과 처벌에 앞서 재발방지를 위한 다양한 해법 모색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계는 발끈하고 나섰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2일 성명을 통해 “구속영장이 신청된 3월 30일은 국가 공권력이 선의(善意)로 가득한 의료진을 살해한 통탄의 날”이라고 평했다.

의사회는 “국가공권력이 오히려 자신들의 잘못을 면피하려는 일관된 목적으로 중환자 미숙아들을 돌봐왔던 의료진들을 기소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며 “앞으로 이 땅에서 신생아를 살릴 수 있도록 헌신할 소아청소년과전문의가 단 한명도 남지 않는 참혹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회장 인수위원회도 앞서 1일 성명을 내고 “소아청소년과 교수 2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희생양 삼으려는 행태에 우리 대한민국 의사들은 형언할 수 없는 분노와 좌절을 느낀다”며 “교수 2인이 의도적으로 감염을 일으켜 환자를 죽게 했느냐. 영장청구의 상황은 천부당만부당한 일이고 이에 분노함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신생아학회와 대한중환자의학회도 “구속영장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2일 공동 학회는 “의료 감염 관련 사건으로 인한 의료진의 법정 구속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이번 사건이 향후 의료진에 대한 실질적 처벌로 이어질 경우 막중한 사명감 하나로 중환자 진료에 임해 온 우리들은 진료 현장에서 떠날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한 국내 중환자 의료 붕괴의 책임은 전적으로 잘못된 제도를 방치해 온 보건 당국과 비상식적인 사법적 판단을 한 형사 및 사법 당국에 있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또 공동 학회는 “왜 이대목동병원을 비롯한 대부분의 상급종합병원들은 지난 수년간 지질주사제 및 다른 바이알 제제에 대한 분할 투여를 유지하여 왔는가. 분할 및 과다 청구의 빌미를 제공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책임은 없느냐”며 “왜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격리실 등 제대로 된 감염 시설을 갖추지 못한 이대목동병원에 지난 수년간 최상위 등급의 위상을 유지시켜 주었느냐. 전공의의 혹사를 통해 운영될 수 밖에 없는 국내 대형 종합병원의 의사 인력 공급과 관리 체계의 근본적 문제는 누구의 책임이냐”며 감염관리 대응에 대한 국가와 병원의 총제적 실패라고 주장했다.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을 선처해달라는 의료계의 탄원도 잇따르고 있다. 간호사·전공의 단체가 결성한 이대목동병원사건대책위원회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대목동병원 조수진 교수등 의료인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은 부적절하며, 정부가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재방방지대책을 마련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간호계는 현재 대한간호협회를 중심으로 전국 간호사와 시민들을 대상으로 탄원서를 돌리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5300여명의 서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국여자의사회도 이대목동병원 의료인 4인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불구속으로 선처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에 온라인 서명을 받고 있다. 이날 오전까지 약 2만여명이 참여했다. 이들 의료계는 해당 탄원서를 이대목동병원 의료인 4인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가 있는 오는 3일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의료계의 잇따른 선처 요구에 사망 신생아 유가족들은 ‘한숨이 나온다’고 토로했다. 2일 이대목동병원 사망 신생아 유가족 대표 조성철씨는 “아이들이 사망한지 석 달이 지났지만 의료계는 단 한번도 자기반성이나 성찰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았다”며 “의료계는 질본과 국과수 발표 전에는 역학관계가 밝혀지지 않았다며 의료진을 감싸더니,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고 그것을 토대로 경찰이 수사를 벌이니 이번에는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고의가 아니었으니 이해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환자들은 어디에 책임을 물어야 하느냐. 의도성이 없는 음주운전이나 교통사고도 처벌을 받는다”며 “더구나 이번 사건은 의료진들이 정해진 지침과 규정을 지키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다.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의료계도 반성하고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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