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병은 없다...청소년 ADHD 치료 사각지대…“꾸준한 치료 중요”

중2병은 없다...청소년 ADHD 치료 사각지대…“꾸준한 치료 중요”

청소년 ADHD 치료율, 소아 대비 절반에 그쳐…'중2병', '사춘기' 편견이 치료장벽

기사승인 2018-04-06 00:30:00

“‘중2병’은 이제 쓰지 맙시다. 전국 중학교 2학년 아이들이 들으면 가만히 안 있을 겁니다.”

‘중2병’, ‘사춘기’ 등 청소년기에 대한 편견이 치료를 가로막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5일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청소년 ADHD 치료 현황’을 발표를 통해 이같은 의견을 제시하고, ADHD는 꾸준한 치료가 중요한 질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가정이나 사회에서 청소년의 ADHD 증상을 ‘중2병’, ‘사춘기’ 등 일시적인 행동으로 간주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ADHD로 진단받은 소아의 70%가 청소년까지 증상이 지속된다며, 청소년기의 ADHD 치료 중단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국제 ADHD 유병률 기준과 최근 5년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를 분석해 국내 치료현황을 추산했다.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는 아동기에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의력 부족과 산만함, 과다행동, 충동성을 보이는 증상이 지속되는 신경정신질환이다. ADHD로 진단받은 아동의 70%는 청소년기까지 증상이 지속되고, 이중 50~65% 이상은 성인이 되어서도 증상이 지속된다.

실제 소년원 내 청소년 ADHD 유병률(서울소년원 학생 200명 대상 ADHD-RS 설문)은 약 17%(34명)로 조사됐다. 생애주기별 청소년 ADHD 유병률이 4~8%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비율이다. 이는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청소년기에 ADHD 증상을 방치하거나 치료를 중단할 경우 알코올 장애, 품행장애 등의 문제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 청소년 ADHD 환자들은 다른 정신질환을 앓는 비율도 높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의학과 김붕년 교수(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대외협력이사) 연구팀이 서울시 청소년을 대상으로 아동용 진단적면담도구(DISC, Diagnostic Interview Schedule for Children)를 진행한 결과, 일반 청소년군(189명)에 비해 ADHD를 진단받은 청소년(43명)은 우울장애의 경우 3배 이상, 불안장애는 2배 이상, 품행장애의 경우 무려 2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학회 측은 정신질환 치료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주변 편견, 약물치료에 대한 낙인효과, 청소년기 특성에 따른 환자요인 등이 학생과 부모 모두에게 ADHD 치료 저항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붕년 교수는 “청소년기에 부정적이고 반항적인 행동을 보인다는 편견은 대부분 윗 사람의 시각이다. 국제 장기 연구 등에 따르면 청소년기에 과잉행동, 우울 등 ‘사춘기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은 10명 중 1명 꼴이다. 또 한 명에 해당하는 아이는 다른 어려움이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제 한 세대나 집단에 라벨링 하는 것을 피하고 도움이 필요하다면 진단과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이날 국내 청소년 ADHD 치료율이 소아 대비 절반에 그친다는 분석 결과도 제시했다. 

국내 ADHD 잠재 환자수는 소아에서 약 36만명, 청소년은 약 20만명, 성인은 약 15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 중 지난 5년간(2013~2017년) 소아 ADHD 환자(5~14세)의 평균 치료율은 14.0%인 반면, 청소년 환자(15~19세)의 치료율은 7.6%에 불과했다.

특히 청소년기는 아동기에서 성인기에 이르는 과도기로 치료적 접근이 매우 중요한 시기다.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ADHD 양상으로는 ▲집중력 장애로 인한 성적 저하 ▲학교 및 사회생활 부적응 ▲불안정한 친구 관계에서 오는 좌절감 ▲잦은 우울감 및 자존감 저하 등이다.

김붕년 교수는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청소년 ADHD 환자는 마치 초등학생이 고등학교의 다양하고 복잡한 일상을 수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안경이 필요한 사람이 눈이 안 좋은 채로 생활하는 것과 같다. 치료받지않으면 일상생활에서 문제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김봉석 이사장(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은 “ADHD는 소아에서 성인까지 생애주기에 걸쳐 지속되는 신경정신질환으로 무엇보다 꾸준한 치료가 중요한 질환이다. 청소년기는 생애주기 중 소아와 성인의 과도기이자 인격과 관계가 형성되는 민감하고 중요한 시기이므로 청소년 ADHD 환자들은 주의 깊은 치료를 통해 올바른 성인기를 맞이할 수 있는 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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