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가 산업 전반에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AI는 4차 산업혁명의 혁신 원천으로 주목받았다. 이에 포털사, 제조사, 이동통신사가 너나 할 것 없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실례로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 ‘CES 2018’에 참가한 기업들은 AI 기술을 접목한 제품들을 선보였다. 다만 인간 생활과 AI를 접목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점은 업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 인간 ‘삶’을 바꿔놓기 위한 행보…이통사 AI 전쟁은 ‘현재진행형’
인간의 실생활을 보다 편리하게 바꿔놓고자 여러 기업이 AI를 자사 서비스에 적용하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3사는 타 기업 및 기관과의 MOU(업무협약)를 체결해 자사 영향력을 확대해나가는 중이다.
SK텔레콤은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 발급 업체 ‘아파트아이’와 제휴해 자사 음성인식 AI 기기 ‘누구(NUGU)’에 아파트 관리 기능을 추가한다. 이번 제휴를 통해 국내 아파트 거주자는 SK텔레콤 스마트 앱에서 자신의 동과 호수를 기재하면 아파트 관리비 조회기능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단지 다른 가정과의 비교도 가능하다. 사용자가 “이번 달 관리비 얼마야?”라고 물어보면 누구가 청구금액과 관리비 자동이체 방법을 알려주는 식이다.
특히 SK텔레콤은 애플에서 몸을 담았던 김윤 센터장을 필두로 AI리서치센터를 설립, 관련 분야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KT는 라이나생명과 손잡고 보험 및 헬스케어 서비스에 자사 AI 솔루션을 적용한다. 협약을 통해 KT는 라이나생명이 추진 중인 헬스케어 서비스 다양화와 간편 보험 관리 서비스 개발을 도울 예정이다. 이후 KT AI 서비스 ‘기가지니’는 라이나생명의 보험금 청구 서류 작성방법 및 어려운 의학용어 풀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LG유플러스는 중앙보훈병원과 MOU를 맺고 스마트병원 구축에 나선다. 병실 내 AI스피커를 IPTV나 사물인터넷과 연동, 거동이 불편한 노년층 환자들이 음성 명령만으로 병실 내 각종 기기를 손쉽게 작동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나아가 LG유플러스는 AI 스피커를 이용해 진료시간이나 약 복용 시 주의사항 같은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 AI센터 설립부터 인재 영입까지…국내외 제조사 열띤 ‘경쟁’
삼성전자는 프랑스 파리에 AI 연구거점을 만들어 구글‧페이스북‧네이버 등과 경쟁하며 AI 영토 확장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파리에 20여명 규모의 AI 센터를 설립, 이른 시일 내에 100여명 규모의 센터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삼성의 AI 공략은 프랑스를 넘어 영국 케임브리지, 러시아, 캐나다 토론토 등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와 AI 기술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M&A(인수합병)를 진행한 그리스의 이노틱스, 한국의 플런티, 미국의 킨진 등의 회사 모두 AI와 관련된 회사다. 삼성전자는 국내를 넘어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적으로 AI 공략에 박차를 꾀할 것으로 여겨진다.
LG전자는 다음 달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략 스마트폰 ‘G7’에 AI 기능을 담는다. 카메라가 피사체를 분석해 최적의 촬영 모드를 알려주는 ‘AI카메라’ 기능도 들어간다. 이러한 기능들은 앞서 출시된 ‘V30S’에 적용됐던 씽큐 AI 기능이 한층 더 강화된 버전이다.
G7은 황정환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 사업본부장 취임 후 처음 선보이는 전략 스마트폰인 만큼 업그레이드된 AI 기능으로 시장 점유율 회복에 나설 것이라는 평이다.
글로벌 IT기업 애플은 구글의 AI와 검색 기술 개발을 총괄했던 존 지안난드리아(Giannandrea) 부사장을 영입했다. 애플은 향후 자사 AI 비서 서비스 시리의 성능을 향상할 계획이다.
◇ 시장 기대치보다 낮은 기술 수준…넘어야 할 ‘산’도 곳곳에
AI는 스마트폰, 자율주행차, IoT(사물인터넷) 등의 영역을 넘어 사회 전 분야와 밀접하게 연관될 수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16년 80억달러에 불과했던 세계 AI 시장은 오는 2022년 1132억달러까지 급성장할 전망이다. AI가 시장에서 각광받으면서 많은 기업이 자사 서비스에 AI를 융합, 사용자에게 보다 나은 사용 환경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다만 AI에 대한 기대치보다 기업들이 선보이는 제품들은 다소 뒤처지고 있다. 업계는 AI와 관련된 제품 및 서비스들이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업계는 AI 전문가 영입에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캐나다 AI 인력 분석 업체 엘리먼트AI에 따르면 현재 AI 기술 개발이 가능한 박사급 인재는 2만2000여명에 불과하다. 이들 중 구직 시장에 나온 이들은 3000여명으로 기업의 수요에 응하기엔 턱없이 모자란 수치다. AI 경쟁을 위한 인력 수급에 기업이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보안 문제’도 전자·IT·통신 업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사람이 약간의 변화만 줘도 기계는 현상을 잘못 인식할 수 있다. 이를 악용한 이들이 AI 기반의 네트워크나 시스템상의 문제를 일으킬 때 문제는 심각해진다.
유승화 아주대 명예교수도 한 매체를 통해 “스마트홈에 연결된 가정용 스마트기기 수가 많이 증가하면서 해커들의 공격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며 “일반 이용자는 일반적으로 스마트 TV, 스마트 장난감 등 스마트 기기에 대한 사이버 보안 위협을 인식하지 못해 쉽게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안 관련 수요에 대응하고자 관련 업계는 시장 재편에 나섰다. 물리보안과 정보보안으로 양분됐던 보안업계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서비스 등과의 접목을 위해 통합서비스 운영에 나선 것이다. 차세대 통신 기술인 5G와 AI가 융합하면서 서비스 안정성에 대한 필요성이 증가, 물리보안과 정보보안을 결합한 융합 보안이 시장을 주도해나갈 예정이다.
국내 업체 중에서는 SK텔레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SK텔레콤은 보안업체 ADT캡스 인수를 놓고 사모펀드 칼라일과 협상 중이다. 업계는 SK텔레콤이 ADT캡스를 인수한 뒤 자회사 SK텔링크가 소유한 NSOK와 통합, 업계 1위 에스원과 경쟁 구도를 갖추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