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초유의 배당사고 ‘사면초가’…금융당국 후속 조치 ‘귀추’

삼성증권, 초유의 배당사고 ‘사면초가’…금융당국 후속 조치 ‘귀추’

기사승인 2018-04-10 05:00:00


삼성증권이 초유의 배당사고로 인해 사면초가에 직면했다. 

이번 사건은 일반적인 증권사의 주문사고(전산입력 오류에 따른 사고)가 아닌 부실한 시스템이 가져 온 사건이기에 그 무게감이 크다. 증권사가 보유하지 않는 수백조원의 주식을 배당으로 돌린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금융당국도 이번 사태를 엄중히 바라보는 만큼 예상 보다 큰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한 지난 2015년부터 준비해 왔던 초대형IB 사업 인허가도 당분간 물 건너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말 취임한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은 임기 초부터 대형 사건으로 입지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 

◇ 삼성증권, 초유의 배당사고…존재하지 않는 주식도 대거 발행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사고를 단순한 직원 개인의 실수가 아닌 일부 증권사들의 심각한 내부 시스템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더군다나 존재하지 않는 주식을 대거 발행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의 전산 상 오류에 따른 주문 사고와는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다. 

A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핵심은 마치 조폐공사나 한국은행처럼 존재하지 않는 주식을 대거 발행했다는 점이다”라며 “단순히 전산 오류 문제나 직원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도 “기본적으로 전산 오류 보다는 주문 과정에 있어서 제대로 된 안전장치(내부 통제)가 없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한 삼성증권 외 타 증권사들의 우리사주 배당 입력시스템도 현금과 주식배당을 같이 할 수 있도록 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증권 외에도 4개 증권사들이 삼성과 같은 우리사주 배당 시스템으로 돼 있다고 한다. 4개 증권사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기존 증권사들의 주식 배당은 예탁결제원과 한국증권금융을 통하게 돼 있다. 하지만 삼성증권을 비롯한 일부 증권사들은 주식배당과 현금배당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시스템으로 돼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삼성증권은 지난 6일 오전 우리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주당 배당금으로 1000원 아닌 1000주 보내는 주문 사고를 저질렀다. 총 28억원의 배당금 대신 약 28.1억주에 달하는 주식을 입금한 것이다. 이는 삼성증권이 보유한 총 주식에 32배에 달하는 것이다.

삼성증권의 일부 직원 16명은 당일 09시 35분에서 10시 05분 사이에 착오 입고된 주식 중의 501만 주를 주식시장에 매도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증권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2% 하락했다. 


◇ 금융당국, “초유에 사태” 주시…임기 첫 해 구성훈 사장 ‘위기’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에 대해 심각성을 인식하고 삼성증권에 대한 특별 점검에 돌입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측은 9일 브리핑을 통해 “이번 사고는 일부 직원의 문제이라기보다 회사 차원의 내부통제 및 관리시스템 미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기식 신임 금감원장 역시 “이번 사태는 직원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날 오전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을 면담 호출하고 사고에 대한 철저한 수습을 촉구했다. 

이번 사건은 증권업계 사상 초유의 사태라는 점에서 제재 강도에 대한 관심도 집중된다. 정부여당도 삼성증권 배당사고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한 만큼 기관경고 이상의 징계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영업정지 등의 제재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B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주가 하락이 있지만 직접적으로 투자자와 관련한 문제는 아니다”라며 “기관경고 혹은 그 이상의 제재는 예상되지만 일시적인 영업정지와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말 취임한 구성훈 사장은 취임 첫 해부터 ‘대형위기’를 맞았다는 점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업계 내 평판은 좋지만 취임 첫 해부터 이 같은 일을 겪은 것은 안타깝다”라며 “리스크 관리의 삼성이 이런 대형 사고를 냈다는 점에서 구 대표에겐 악재라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 2015년 말부터 준비했던 초대형IB 사업도 한동안 접어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현재로서는 삼성증권이 초대형IB 사업을 위한 발행어음 인가를 받을 가능성은 없다”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증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특별점검 이후 추후의 프로세스를 조치할 계획”이라며 “현재 주식을 매도한 직원들은 대기 발령 상태이고 문제가 드러나면 중징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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