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이 어느 병원이라도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게 안 된다면 방문 진료가 활성화돼야죠.”
정부가 장애인 건강권 보장의 일환으로 ‘장애인 건강주치의제’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장애인의 목소리는 빠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9일 ‘장애인주치의제’를 논의하는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김소영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기획부 차장은 쿠키뉴스와 만나 “장애인 건강주치의제는 장애인의 의료접근성을 해소하기 위한 근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차장은 “장애인에게 만성질환, 감기를 다루는 일반 의사를 지정해주는 제도는 장애인의 의료접근성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오히려 모든 병원에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도록 지침을 내리는 방식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장애인 건강주치의’제에서 특정 장애를 관리하는 주장애관리의사를 지정하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1년에 한두 차례 보수교육만으로 장애를 제대로 이해하는 의료인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김 차장은 “장애인에게 발생한 질환과 장애의 상관관계를 알고 진료하는 의사는 일반 대학병원에서도 소수에 불과하다”며 “척수손상 장애가 있으면 방광염이 잘 발생한다. 그러나 대학병원에서조차 척수손상을 확인하지 않고 엉뚱한 진료를 하는 의사가 많다. 뒤늦게 협진이 이뤄지거나 재활의학과로 옮겨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상황에서 짧은 보수교육만 받은 의사들이 다양한 장애를 이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장애인들이 의료서비스를 받기가 어려운 것은 맞다. 지방은 의료기관에 대한 접근성이 굉장히 떨어지고, 휠체어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일반 치과나 산부인과를 이용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때문에 장애인 주치의제도가 나온 배경은 이해가 된다”면서도 “그러나 장애인에게 특정 의료기관은 연결해주는 방식은 장애인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아니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아울러 “장애인주치의제가 실제로 뚜껑을 열어봤을 때 좋은 결과로 이어질지 의문스럽다”며 “장애인들이 원하는 것은 새로운 제도가 아니라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차별받지 않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가 추진하는 ‘장애인 건강주치의제’는 ‘장애인건강권법’ 제16조(장애인 건강 주치의)에 따라 장애인의 의료서비스 이용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중증장애인이 자신의 건강관리의사를 선택해 지속적으로 건강관리를 받도록 만든 제도다.
건강관리의사는 장애로 인한 건강문제를 관리하는 ‘주장애관리의사’와 만성질환 및 일상적 질환을 관리하는 ‘일반건강관리의사’로 구분되며, 장애인은 필요에 따라 원하는 유형의 주치의를 선택해 이용하도록 했다. 또 담당 의사에게는 기존 진찰료와 다른 별도 수가를 책정하고, 1년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실시하는 주치의 교육과정을 이수하도록 했다. 복지부는 오는 5월부터 1년간 시범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