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환자의 급성질환을 치료한 뒤 추가적으로 잔여 만성질환과 건강문제를 치료하는 전환기의료를 시행하면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는 비율이 20%p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건강노화클리닉) 윤종률 교수는 ‘일상생활기능저하상태 고령자의 급성기 후 전환기의료서비스 모형개발 및 구축’ 연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윤 교수는 2017년 한해 동안 고관절골절, 뇌혈관질환, 노인병증후군(거동장애, 전신허약, 다발성 통증, 식욕저하, 감염증 등) 등으로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노인병클리닉에 입원한 65세 이상 노인환자 77명을 대상으로 최소 일주일에서 한달 이내의 전환기의료를 시행했다. 그 결과, 시행 전 65% 이하였던 퇴원 후 가정복귀율이 75%로 10%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요양병원과 연계하여 3개월 내의 추가적인 전환기의료를 시행했을 경우 가정복귀율이 85%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흔히 골절이나 뇌졸중 등 급성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한 노인들은 해당 질환을 치료한 후 퇴원하지만 장기간 입원생활로 몸의 다른 기능은 오히려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오랜 시간 누워서 지내다보면 욕창이 생기거나 정신이 흐려지고 요실금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식사가 입에 맞지 않아 영양상태가 불량해지고 몸이 더 허약해지며 우울증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때문에 퇴원 후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전원하거나 낙상 등 또다른 부상을 당해 다시 병원을 찾기도 한다.
윤종률 교수는 “70대 노인의 경우 평균 6~7가지의 질병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 질병 중심의 세분화되고 분절적인 치료법으로는 노인환자에 대한 통합적인 치료가 이뤄지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환기의료는 이처럼 입원치료 후 몸 상태가 악화되는 노인들에게 최소 1주일 이상의 추가 치료 및 관리를 통해 입원 전 상태로 회복시켜주는 것으로 회복기의료라고도 불린다.
먼저 고관절골절이나 뇌졸중 등 급성질환으로 입원한 고령환자가 치료가 종료되는 시점에서 노인병 전문분과 또는 재활의학과 의료진으로 이뤄진 전환기의료팀에 협의진료가 의뢰되도록 한다.
전환기의료팀은 의뢰된 고령환자에게 포괄적 노인건강평가를 통해 필요한 치료를 결정한다. 치료는 급성질환 외 남아있는 건강문제 관리와 기능회복을 위한 재활치료가 이뤄지며 ▲통증 조절 ▲섬망 조절 ▲기립훈련 ▲보행훈련 ▲합병증 예방 ▲근력강화 ▲균형훈련 ▲일상생활 동작훈련 등이 시행된다.
고관절골절 치료를 받은 노인환자의 경우 초기에는 수술 후 통증 등으로 36%의 환자만이 정상적인 보행이 가능한 상태로 평가됐다. 하지만 재활치료 등이 이뤄진 전환기의료 후에는 82%의 환자가 보행이 가능해졌으며 보행속도도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뇌혈관질환을 앓은 노인환자의 경우 한달 이내의 짧은 전환기의료로는 스스로 독립적인 생활을 할 정도로 완전한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요양병원과 연계를 통해 3개월 내의 추가적인 전환기의료를 제공한 결과 인지기능과 운동기능, 우울증 지수 등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향상시킬 수 있었다. 노인병증후군 환자의 경우 지역사회로 복귀가 가능할 정도로 생활기능이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윤종률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노인 환자에게 전환기의료를 시행할 경우 가정복귀율을 85%까지 향상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단 뇌혈관질환의 경우 발병 후 신체마비를 비롯한 기능손상 등의 후유증을 앓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달 이내의 전환기의료로는 부족하며 요양원이나 요양병원과 연계한 전환기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재원일수 증가로 인한 우려에 대해서는 “급성기 치료 후에는 재원일수가 크게 증가하지 않으며, 오히려 세분화, 분절적 의료를 제공했을 때 퇴원이 어려워지거나 재입원하는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재원일수를 감소시킬 수 있다”며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은 노인환자에게 통합적인 치료를 제공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전환기의료를 지속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종률 교수의 이번 연구는 석천나눔재단의 연구과제로 시행됐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