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금고 3년형을 구형했다.
1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상동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열린 결심공판에서 "불법·폭력시위를 막다 보면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한 생명을 잃었다"며 구 전 청장에 금고 3년을 선고해달라고 밝혔다.
구 전 청장은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관련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금고형은 징역형과 마찬가지로 교정시설에 수용돼 신체의 자유를 제한받지만, 노역을 강제하진 않는다.
검찰은 "구 전 청장은 이 사건 시위의 총괄 책임자"라며 "현장 사전답사를 통해 살수차가 시야가 다소 제한된 측면에 배치될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을 예견했다"고 했다. 이어 "상황실에서 대형모니터 등으로 현장 영상을 보고 진압 상황을 보고받으면서도 다급하게 살수 지시만 하고 이에 상응하는 안전조치는 취하지 않았다"며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구 전 청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신윤균 전 서울경찰청 4기동단장(총경)에게는 금고 2년을 구형했다. 살수 요원인 한모 경장에게는 징역 1년 6개월, 최모 경장에게는 금고 1년 선고를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살수 요원에 대해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지휘자에게 보고하고 재확인 후 살수해 위험성을 최소화시켰어야 한다"며 "하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방청석에서는 사망한 백 씨의 딸 백도라지 씨가 참석해 재판을 지켜봤다.
발언권을 얻은 백 씨는 "가족들이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이야기하고 싶다"며 "병원에 갔더니 아버지는 인공호흡기를 끼고 체온·혈압이 조절되지 않아 스스로는 생명 유지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사는 진척되지 않았고, 투쟁하는 동안 (경찰은) 단 한 번도 사과하러 찾아오지 않았다"며 "2015년 일어난 일로 지금까지 재판을 따라다니며 가족이 겪은 고통과 슬픔은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나"라고 토로했다.
또 백 씨는 "아버지가 살아 돌아오지 않는 이상 원만한 해결은 없다"며 "피고인(구 전 청장)은 임기를 모두 마치고 징계 없이 명예롭게 퇴임했다. 법적으로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 합당한 죗값을 치르도록 판결해달라"고 요청했다.
구 전 청장 등은 2015년 11월 14일 열린 민중 총궐기 집회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시위 참가자인 백 농민에게 살수차로 직사 물줄기를 쏴 두개골 골절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구 전 청장과 신 총경에게 살수차 운용 관련 지휘·감독을 소홀히 하는 등 업무상 과실을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또 살수 요원이던 경장들은 운용 지침을 위반해 직사 살수한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