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서울아산병원은 올해 상반기 중 간호인력 110명을 추가로 충원하는 등 개선안을 마련했고, 유족과 간호사 단체는 박 간호사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달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아산병원은 최근 신규 간호사 교육체계 및 근로여건에 대한 세부개선안을 마련하고, 이달 초 내부 구성원들에게 공지했다고 18일 밝혔다.
병원 측에 따르면, 박 간호사의 사망 이후 병원은 대책마련을 위한 긴급 테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에는 노동조합을 포함한 병원 내 각 부서가 참여했으며, 약 3~4주간 현장직원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개선안에 반영했다.
개선안에는 교육체계·업무 프로세스, 근로여건, 조직문화 개선에 대한 사항이 담겼다. 교육체계와 관련해서는 ▲프리셉터(신입 교육 간호사) 담당 환자 및 신입간호사 독립 초기 담당 환자 수 50~70% 경감 ▲근로시간외 교육 시 근로 인정확대 및 프리셉터 수당 인상 ▲현장교육전담 간호사 확대 운영 등이다.
근로여건 부문은 ▲일반직 성과평가 대상자 축소 ▲리프레시 휴가 도입 ▲중환자실, 일반병동, 응급실 등 중증도에 따른 인력 증원 ▲저녁시간 전담 간호사 활성화 등으로 마련됐다. 그 외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존중 문화를 확산하고, 직급별 고충 파악을 위한 집단심층면접이나 신입직원 상담프로그램도 진행할 계획이다.
병원 관계자는 “안타까운 사건을 계기로 내부에서 자정활동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개선안을 논의했다”며 “간호인력 110여 명 증원 등 주요 결정사항은 개선안을 마련한 즉시 시행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번 4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선욱 간호사 유가족을 비롯한 간호사단체 등은 박 간호사의 사망사건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것을 정부와 병원에 촉구하고 있다.
유가족 대표 A씨는 “선욱이가 힘들어 했던 환경이 개선되는 것은 우리도 바랐던 사항”이라면서도 “아이의 죽음의 원인이 낱낱이 밝혀진 다음에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는 것이 순서다. 잘못된 관행과 구조적 오류를 먼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선욱이가 예민하거나 나약해서 그런 선택을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밝혀져 업무상재해로 인정을 받고, 병원의 정식적인 사과도 받길 원한다. 또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후배 간호사들이 잘 지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지난 17일 박 간호사의 유가족과 간호사연대 등 17개 시민단체는 故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인정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를 출범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책위는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라며 “고인을 죽음으로 몰아간 책임자와 시스템에 대한 법적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우선 경찰의 재수사와 박 간호사의 산업재해보상을 추진하고, 병원을 대상으로 민·형사상 소송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잘못된 의료환경과 관행화된 초과근로, 의료사고에 대해 말선에 책임을 지우는 관행 등이 결합되어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의 진실을 찾는데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