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성난소증후군은 전형적인 내분비 질환입니다. 여성질환을 넘어 당뇨, 비만 등 성인병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대한내분비학회 김동선 이사장(한양의대)는 20일 그랜드워커힐 서울 호텔에서 열린 국제 춘계학술대회(2018 SICEM)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다낭성난소증후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질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낭성난소증후군(Polycystic Ovary Syndrome·PCOS)는 흔히 호르몬의 불균형으로 난소에 작은 물혹(낭종)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알려진다. 생리불균형, 고안드로겐혈증(남성호르몬 과다)로 인한 다모증과 여드름, 비만 등 대사질환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가임기 여성의 5~10%에서 발병하며, 난임과 불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내분비학회에 따르면 PCOS는 최근 비만과 당뇨병 등 대사질환의 증가와 더불어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질환이다. 그러나 질환의 위험성에 비해 사회적 경각심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 학회의 지적이다.
김 이사장은 “PCOS는 의료사회학적으로 중차대한 이슈다. 역학조사에 따르면 가임기 여성의 5~10%가 이 질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질환에 대한 경각심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특히 가임기여성의 난임과 불임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우리나라에 젊은 난임·불임 환자가 정말 많은데 젊은 부부들 중에서도 이 문제로 병원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산부인과 질환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전형적인 내분비 질환”이라고도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PCOS 환자들은 난소의 문제뿐 아니라 당뇨, 비만과 연관성이 높다. 당장 문제가 없더라도 항후 당뇨, 고혈압, 비만 등 만성질환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다낭성난소증후군’이라는 병명이 잘못 붙여졌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다낭성이라는 이름 때문에 난소에 물혹이 있어야만 PCOS라고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난소에 물혹이 진단의 필수 조건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PCOS로 진단하기 위해서는 우선내분비 문제로 남성호르몬 과다현상이 있어야 한다. 남성호르몬 과다증은 주로 다모증, 여드름 증상으로 발현된다. 서양인에게서는 PCOS 환자 절반 이상에서 다모증이 나타나는 등 흔한 증상이지만, 동양인에서는 비교적 드문 편이다. 또 이와 함께 무월경, 배란장애가 나타날 경우 난소의 물혹이 없더라도 다낭성난소증후군으로 진단한다.
대한내분비학회는 이번 SICEM를 계기로 다낭성난소증후군에 대한 사회적 홍보를 강화하고, 학회회원을 중심으로 관심과 참여를 환산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이사장은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학문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장이 되게끔 노력했다”며“난임, 불임의 중요 원인으로 부각되고 있는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주요 주제로 다룬 것도 그 때문”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4일간 진행되는 SICEM은 올해 6회째를 맞았다. 갑상선, 골대사, 생식, 기초대사를 연구하는 세계 47개국에서 1559명(국외 346명)이 참가했으며, 424편(국외 252편)의 초록이 접수됐다. 특히 한국 및 아시아, 그리고 유럽인종에서의 다낭성난소증후군의 인종적 유사성과 차이에 대한 연구자들의 강연과 논의가 이어졌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