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텃밭으로 알려진 경북북부지역에 자유한국당을 상징하는 빨간 점퍼가 사라졌다. 선거철만 되면 행사장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빨간 점퍼 차림의 후보자들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지역민들은 이런 현상을 의아하게 생각하면서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6.13지방선거에 자유한국당 후보자들은 대체로 빨간 점퍼 대신 양복이나 편한 복장 차림으로 유권자를 만나는 등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다.
빨간 점퍼가 개개인 선거운동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지만 안동 등 일부 경북지역도 이제 자유한국당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자유한국당 공천을 받은 한 후보자는 “선거운동을 할 때는 최대한 빨간 점퍼를 입지 않으려고 한다”며 “어차피 공천을 받았기 때문에 굳이 빨간 점퍼를 입어서 중립적인 표심을 잃을 필요가 없다”고 귀띔했다.
이 현상은 안동 등 경북 여러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유한국당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빠르게 변화할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자유한국당 공천 경선에서 연일 ‘불공정’ 잡음이 나오는데다 앞서 자유한국당 정권이 국정농단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아 경북지역에도 반(反) 자유한국당 정서가 팽배해졌다.
지역 곳곳에서 3선 도전 자치단체장이 공천 경선에서 컷오프 돼 후보자와 당원들이 반발하는가 하면 경선을 치룬 지역도 여론조사 조작설 등을 제기하며 폭로를 이어가는 실정이다.
앞서 안동시장에 출마한 한 후보자는 지난달 26일 진행된 자유한국당 공천 경선 여론조사 안심번호가 조작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어 지난 3일에는 6000여명의 책임당원을 상대로 진행된 여론조사 역시 조작됐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여론조사 기관이 책임당원에게 전화를 걸면 최소 45초 이상 신호가 이어져야 하지만 대부분의 당원들에게 30초 정도 신호만 보내 전화를 받지 못한 당원들이 속출했다.
결국 이 후보자는 여론조사 기관과 자유한국당 경북도당 공천관리심사위원회에 대해 경선업무 방해혐의 등으로 대구지검 안동지청에 고발했다.
이 같은 자유한국당 공천 경선 파행에 대해 유권자들은 피로감을 느끼면서 점차 자유한국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심리로 확산되고 있다.
유권자들의 이러한 심리를 자유한국당 후보자들이 모를리 없으니 선거운동에서 빨간 점퍼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안동시 용상동 이모(50)씨는 “무조건적으로 자유한국당을 지지하는 시민들은 이제 서서히 사라져가게 될 것”이라며 “이제 경북지역도 정당이 아니라 인물을 보고 투표를 하는 문화가 정착돼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동=권기웅 기자 zebo1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