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한 부산 침례병원을 공공병원으로 전환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4일 ‘침례병원을 제2의 건강보험공단병원으로: 민간병원 공공적 전환’을 주제로 열린 국회토론회에서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기획실장은 “파산한 침례병원을 민간자본이 인수할 경우 기존과 똑같은 경영악화가 되풀이될 것”이라며 “지역공공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공공이 인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 침례병원은 1961년 설립돼 부산 지역 거점병원으로 역할을 해오다 재정 악화로 지난 2017년 파산했다. 현재 매각절차를 진행 중이며, 오는 25일까지 공공기관에 매각 시한을 두고 있다. 이와 관련 이날 토론회에서는 파산한 침례병원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인수해 공공병원화 하자는 논의가 이어졌다.
우리나라의 공공의료는 영국,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국내 공공의료 병상수는 전체 병상수의 9.1%, 공공의료 기관수는 5.4%에 불과하다. 반면, OECD 주요국의 공공의료 병상수를 살펴보면 영국 100%, 호주는 69.5%, 일본 26.4%, 미국 24.9% 등으로 훨씬 높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등 시민단체는 이 같이 공공의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파산한 침례병원을 제2의 건강보험공단 직영병원화 하자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침례병원을 제2의 국민건강보험병원 및 국립치매센터로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노조에는 침례병원을 제2의 건강보험병원으로서 ▲건강보험 재정 건정성 확보 ▲노인성 질환 및 치매 등 인지장애중심의 정책병원 기능 ▲지역거점 공공병원 기능 등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립치매센터로 확대해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공공성 강화 ▲치매 등 노인성질환의 국가 허브 기능 ▲고령화 극복 모델병원 등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기획실장은 “문재인 케어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한 건강보험 재정 건정성을 확보해야하는 상황에서 정부차원에서 건강보험공단 직영병원을 2~3개로 늘리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또한 100세 노인시대를 앞두고 부신지역에 노인질환전문센터와 치매센터를 세우는 것은 반드시 정부가 해결해야할 문제”라며 “보건복지부가 전향적인 태도로 침례병원 공공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도 강조했다.
부산시민들도 침례병원의 공백을 공공병원으로 채우는 것에 긍정적이다. 침례병원의 파산으로 지역주민 사이에서 의료공백으로 인한 불편이 양산되고 있고, 타 지역과 비교해 부족한 부산광역시의 공공의료 수준을 보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부산시민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주요도시의 평균 공공의료기관 비중(5.7%)에 비해 부산광역시의 공공의료 비중은 절반 수준(2.7%)에 그친다. 공공의료에 대한 부산 시민인식을 조사한 결과 공공의료 확충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82% 이상, 침례병원의 공공인수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76% 이상의 시민이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경일 부산시민대책위원회 전문위원은 “부산지역은 노인인구 비율이 16.3%로 전국 1위다. 또한 건강격차 조사결과 서울 시민보다 부산시민이 약 3년 정도 빨리 죽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이나 심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도 전국 1위에 달하는 등 여러 분야에서 건강격차가 문제가 되고 있다”며 “병원은 많은데 건강수준은 낮은 것이 현실이다. 시민들의 삶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에 공공의료가 해법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부산광역시(시장 서병수)도 공공병원 설립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성태봉 부산광역시 보건위생과 팀장은 “부산시는 침례병원의 파산을 계기로 시민들의 공공의료 요구를 위한 민간의료기관에서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파악하고 공공병원의 비중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건강보험공단에서 침례병원을 인수해 제2공단 직영병원을 운영해줄 것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정경실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큰 방향성은 공감한다. 다만 공공의료 확충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병원을 공단의 보험자병원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공단이 직영하는 보험자 병원의 추가설립에 대해서는 큰 틀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 과장은 “보험재정 공단직영병원을 설치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보험료 인상과 연계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보험재정 사용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