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과제를 내놓는 건 오히려 쉬워요. 그걸 얼마나 잘 챙기느냐가 성공으로 가는 길입니다.”
김용란 김안과병원장은 “‘신은 디테일에 있다’고 하지 않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안과분야 전문병원인 김안과병원의 수장인 그는 엄마같은 리더를 지향한다. 매년 370여명의 임직원 생일카드를 직접 챙기고, 원내 식당 직원들의 불편을 수렴해 배식대를 제작하는가 하면, 눈 건강에 대해서라면 잔소리도 서슴지 않는다. 모두 ‘엄마라서 가능한 일’이라고 그는 말한다.
김 원장은 취임한 이후 5년째 임직원들의 생일카드를 직접 쓴다. 매달 평균 서른 통의 생일카드는 주인공에 따라 각각 다른 내용으로 채워진다. 이제 막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엄마에게는 ‘씩씩하게 이겨내라’는 격려의 말을, 운동을 시작한 직원에게는 ‘열심히 해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카드를 통해 전한다. 어떻게 전 직원 생일카드의 내용을 모두 달리 쓸 수 있느냐는 물음에 “각 부서장들에게 주인공의 근황을 물어보기도 하고 입사 당시 자기소개서를 참고한다”고 귀띔했다.
김 원장은 “생일카드를 쓰다보면 이 사람이 어떤 꿈을 가지고 있는지, 인생의 명언은 무엇인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이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에게 얼마나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직원들을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다. 신입 직원이나 입사한 지 몇 년 안 된 직원들에게는 쓸 말이 많은데 오랫동안 같이 일한 직원들에게는 더 할 말이 없어서 문제”라며 웃었다.
김용란 원장은 병원 내부의 작은 일에도 관심을 둔다. 원내 식당 직원들이 무거운 밥솥을 배식대에 힘들게 들어 옮기는 모습을 보고 밀어 넣는 방식의 배식대를 제작하기도 했다. 적극적인 소통이 없다면 어려운 일이다. 김 원장은 “무엇이 필요한지는 직원들이 가장 잘 안다. (병원 운영과 관련한) 큰 그림은 그들과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 맞다. 나는 직원들이 낸 아이디어를 어떻게 실현할지 고민하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장기간 큰 포부보다는 여러 개의 작은 목표를 실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세상이 격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큰 그림이나 장기 포부는 힘을 잃는다. 너무 빠르게 바뀌기 때문에 이제 어느 기업도 10년 후 미래를 예측하지 않는다”며 “리더는 현재에 발을 딛고 있어야 하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할 수는 없다. 작은 것부터 챙겨보자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디테일은 엄마들이 제일 잘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이 이야기하는 엄마 리더십의 강점은 ‘포용력’이다. 무한한 사랑을 주는 경험을 해본 ‘엄마’들은 무언가 다르다는 지론이다. 김 원장은 “엄마들은 아이가 울건 떼를 쓰건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무한한 사랑을 주기도 하고 엄격하고 강한 모습도 있다. 이런 점이 엄마 리더십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앞으로도 정도(正道)를 걷는 병원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직원들에 관심을 갖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365일 진료를 고집하는 이유다. 그는 “우리는 고지식하더라도 정석대로 가는 병원이라는 점에서 자부심이 있다. 세상이 시끄럽더라도 맑은 물을 지키자, 의사로서도 행복하게 일하자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