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너 달이 넘도록 생리가 없고, 몸에 유독 검은 털이 늘어난 젊은 여성이라면 다낭난소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임신과 출산을 앞두고 있는 이에게는 난임이나 불임, 폐경기가 지난 사람에게는 자궁내막 질환이나 당뇨, 고혈압 등 대사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다낭난소증후군일 경우 코 밑, 가슴, 허벅지 안 쪽 등에 거뭇거뭇하게 자라난 남성형 털이 거슬릴 가능성이 높다.
다낭난소증후군(Polycystic Ovary Syndrome·PCOS)는 가임기 여성의 5~10%에서 나타나는 호르몬 이상 질환이다. 생리불순, 난소에 작은 물혹(낭종), 남성호르몬 과다로 인한 조모증(남성형 털), 여드름, 비만 등이 주요 증상이다. 자궁내막질환, 대사질환 등 합병증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근본 원인인 ‘호르몬 불균형’을 관리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질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가벼운 생리불순으로 생각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다낭난소증후군은 청소년기 학생들에게 많이 발생한다. 다만 학업스트레스 때문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무월경 증상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스트레스로 인해 나타나는 기능성 시상하부성 무월경은 일시적 증상으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다낭난소증후군은 스트레스와 상관없이 지속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혜진 이대목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다낭난소증후군은 가임기 여성에게는 불임과 난임 문제를 일으키고 나이가 든 이후에는 고지혈증, 당뇨 등 대사질환으로 나타난다. 다낭난소증후군 환자에서 당뇨 발생이 4배 높다는 연구도 있다”며 “미리 알고 관리한다면 불임이나 당뇨발생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유럽생식의학회(ESHERE)에 따르면 ▲생리불순 ▲고안드로겐혈증(남성호르몬 과다)로 인한 조모증, 여드름 ▲난소 물혹 등 3가지 증상 중 2가지 이상 부합하면 다낭난소증후군으로 진단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가임기 여성의 9.9%가 다낭난소증후군으로 분류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국가에서 다낭난소증후군은 유럽 등 서구국가에 비해 비만, 조모증(남성형 털)의 정도가 훨씬 낮은 수준에서 진단된다.
이혜진 이대목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서양인의 경우 대부분 비만이 동반되며, 비만도가 우리보다 훨씬 높다. 우리는 체질량지수 25~26정도면 비만으로 보지만, 유럽의 경우 28~30이 넘어야 한다”며 “또 조모증이 나타나는 정도도 우리가 훨씬 덜하다. 유럽국가에서는 조모증 진단 기준 10점 만점(높을수록 조모증이 심하다)에서 8점 이상에서 조모증으로 진단하지만, 우리는 3점만 넘어도 조모증으로 진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월경 횟수가 1년에 여덟 번 미만이거나 무월경 주기가 3~5번이 넘어가는 경우 1차적으로 다낭난소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며 “콧수염이나 가슴, 허벅지 안쪽에 남성형 털이 두드러지거나 이마 윗 쪽에 U자로 남성형 탈모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낭난소증후군 진단을 받았다면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임신계획이 없고, 증상이 심각하지 않다면 적정 체중조절, 건강한 식생활 등 생활습관 관리로 완화될 수 있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면 반드시 매달마다 생리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무월경 상태가 오래 지속됐거나 남성호르몬 과다로 인한 증상이 심한 경우 일상생활의 불편과 자궁내막질환 위험이 있으므로 피임약 등 호르몬제재를 사용해 대사균형을 맞춰주는 것이 좋다. 또한 임신·출산을 계획하고 있거나 당뇨 등 대사질환이 진행됐을 경우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그에 따른 관리를 받아야 한다.
김 교수는 “다낭난소증후군은 완치되는 질환이 아니라 생애 주기에 걸쳐 계속 이어지는 문제”라며 “평상시에는 약으로 조절하다가 결혼이나 임신을 앞두고는 배란유도제 등의 조치가 필요하고, 폐경기 이후에는 당뇨 등 대사성 질환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으니 계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체중이 늘어난 사람은 적정 체중으로 살을 빼는 것이 좋다. 또 대사질환은 가족력이나 환경요소의 영향을 미치므로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사람은 식사조절, 운동 등 자기 생활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