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정답은 무엇일까. 24일 오후 국민일보빌딩 12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8 미래 안전·건강 포럼’ 두 번째 세션에서는 ‘국민 건강권 보호와 환자 안전, 무엇을 할 것인가’를 주제로 전문가들의 논의가 이어졌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환자안전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도출하기 위함이다.
지난 2016년 7월 29일 의료기관의 환자안전사고를 자율보고 하도록 한 환자안전법이 시행됐지만, 보고건수는 시행일부터 지난해 말까지 총 4427건에 불과하다. 보고 유형도 중대한 의료사고보다는 낙상(47.8%), 약물오류(6.6%) 등 경미한 사고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등 실제 환자안전사고의 분석과 예방으로 이어지기에는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구홍모 의료기관평가인증원 환자안전본부장은 “미국에서는 환자안전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매년 25만명(전체 인구의 약 0.8%)이 사망한다”며 “이 기준을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한해 약 4만 명이 환자안전사고로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영국의 경우 한해에 환자안전사고 보고가 200만 건에 달한다”고 말했다. 환자안전법 시행 후 보고된 국내 보고건수와 비교하면 매우 큰 차이다.
구 본부장은 ”모든 국민은 언제라도 환자나 환자 보호자가 될 수 있다. 사고는 사람에 의해 일어나지만, 이는 시스템으로만 예방할 수 있다. 바른 의료 질 평가체계를 포함한 환자안전관리체계의 구축은 향후 우리나라 보건의료 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환자단체는 ‘환자안전사고 보고의 활성화’와 ‘사과법 도입’을 제안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환자안전사고 보고건수가 늘어야 한다. 병원 의료진뿐만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도 적극적으로 환자안전사고 보고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환자나 환자 보호자가 환자안전사고 보고에 참여할 수 있는 도구가 마련됐으면 한다. 또 중대한 환자안전사고의 경우는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환자안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안 대표는 “의료사고가 형사고소나 의료소송으로 이어지는 이유는 의료사고 피해자와 병원·의료인간 소통 부재 때문이다. 보건의료인의 위로나 사과를 법적 책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보호하는 사과법(Apology Law) , 환자안전사건 소통하기법(Disclosure Law) 제정에 대한 논의를 우리나라도 본격 시작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환자안전사고의 ‘의무보고’ 등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폈다. 김필수 대한병원협회 법제위원회 부위원장은 “의료기관에서 생기는 많은 환자 환자안전 사건·사고는 과실과 고의를 입증하기 어렵다. 특히 감염문제, 예상 가능한 합병증 등은 의료인에게 고의과실 귀책사유가 있는지 입증하기 어렵고, 입증한다고 하더라도 0%로 예방하기는 어렵다”며 “환자안전사고보고가 보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와 책임자를 규명하는 행태로 이어지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환자안전사고가 간호인력, 의료인력 등 의료 인력 부족으로 인해 비롯된다. 환자안전에 대한 책임을 수가로 반영하는 등 정책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날 주제발표를 진행한 염호기 인제대 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병원에는 환자에 위해를 가하는 요인이 무수히 많고 불가피한 위해가 분명 있다. 다양한 요인 중 예방 가능한 위해를 최소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며 “앞으로 얼마나 반성하느냐가 관건이다. 전 국민과 국가가 동참해 환자안전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세션의 좌장을 맡은 박병주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와 의료계, 의료계와 환자 사이의 상호신뢰 회복”이라며 “쉽지는 않지만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고 정리했다 .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