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근무, 병원 노동자에겐 ‘남일’

주52시간 근무, 병원 노동자에겐 ‘남일’

보건의료분야 근로시간 특례업종 분류...주 52시간 근무 사실상 요원

기사승인 2018-05-29 00:25:00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병원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아쉬운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보건의료 영역은 ‘근로시간 특례업종’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주간 근로시간을 최대 52시간으로 제한하는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각 병원 사업장 노사는 근무시간 조정 협상을 진행 중이다.

근로시간 특례업종의 경우 근로기준법 제59조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를 하면,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그런데 일부 병원 사업장의 경우 노동시간 연장에 대한 사용자 측의 일방적인 추진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사실상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정희 전국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조직부장은 “진단검사, 방사선, 간호사 등 적지 않은 병원 노동자들이 야간근무와 시간외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한 주에 52시간을 훨씬 넘더라도 시간외근로를 기록조차 하지 않아 책정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며 “근로시간 특례업종이라고 하더라도 노사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일부에서는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려는 곳도 있다”고 밝혔다. 

2017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실시한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병원 노동자 1인당 1일 평균 연장근무시간은 82.2분이다. 주당 평균 노동시간 46.85시간으로, 연간 평균 2436시간을 근무하고 있다는 결과다. 앞서 2016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에서는 주52시간 이상 근무하는 비율이 10.8%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병원 노동계는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의료 질 하락을 우려하고, 실질적인 의료 인력충원과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하고 있다.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이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병원 내 의료사고의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현 조직부장은 “보건의료분야를 특례업종으로 지정한 이유를 살펴보면 병원의 운영이 환자 생명안전과 안전에 필수적이므로 어쩔 수 없이 연장근무를 허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충분한 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적정 인력을 충원하고 근로자의 노동강도를 낮추는 방법이 우선 마련되어야 실제로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제대로 지켜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료현장에서 실제로 가장 많이 요구하는 것은 몇 시간 덜 일하게 해 달라는 것 보다는 적정한 인력을 충원해달라는 것”이라며 “기존 노동자의 연장근무에 대한 연장수당과 새로운 인력 충원에 소요되는 비용을 정확히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에게 주52시간 근무는 더욱 머나먼 일이다. 수련시간을 주당 80시간으로 제한하는 전공의특별법이 시행됐지만, 아직도 80시간을 초과하는 수련병원이 적지 않다.

이승우 대한전공의협의회 부회장은 “수련병원마다, 수련과마다 차이가 있지만 주80시간 수련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지난해 전공의협의회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평균 83~5시간 정도로 측정되는 등 평균조차 80시간을 넘기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은 “다만 시간이 자나면서 차차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전공의특별법 시행 이전에는 120시간 근무, 100일 연속당직이 당연한 일로 여겨졌다면, 현재는 되도록 80시간을 지키려는 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이라며 “전공의에게 주 52시간 근무는 먼 미래처럼 느껴지지만 수련프로그램 정립 등 디테일한 보완이 있다면 향후에는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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