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일부가 의지와 상관없이 고장난 기계처럼 계속 움직이거나 뒤틀린다면 개인의 건강 수준은 물론 삶의 질이 바닥까지 떨어질 것이다. 이런 증상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이 꽤 있다. 바로 ‘근긴장이상증(근육긴장이상증, Dystonia)’이다.
근긴장이상증은 의지와 무관하게 근육이 수축해서 신체 일부가 뒤틀리고, 떨리거나 비정상적인 자세를 취하게 만드는 질환이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질환이다 보니 뇌졸중이나 뇌성마비로 오인하기도 한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허륭 신경외과 교수의 도움말로 근긴장이상증에 대해 알아본다.
◇뇌신경 문제, 근육 있는 곳이면 어디든 발생
근긴장이상증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점차 환자는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2010년 2만8138명이던 환자 수가 2017년에는 3만5238명으로 약 25% 늘었고 증가 추세에 있다.
근긴장이상증은 근육이 제멋대로 움직여서 여러 가지 건강과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해서 이완돼야 할 때도 계속 수축한다. 또 자신이 움직이려는 근육 대신 엉뚱한 근육이 수축하기도 한다.
근긴장이상증이 나타나는 것은 근육의 수축·긴장을 조절하는 뇌신경계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근긴장이상증은 팔, 다리, 얼굴, 목 같은 신체에서 근육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발생할 수 있다. 팽팽함, 경련, 비틀림 같은 비정상적인 자세가 신체의 특정 부위에만 나타나기도 하고 전신에 발생하기도 한다.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운동과 연관된 신경전달 물질의 불균형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기저핵이나 시상부의 손상으로 이차적으로도 발생한다. 이렇게 근육에 힘이 들어간 상태가 지속되면 근육이 떨려서 경련이 오고, 뭉친 근육 때문에 통증도 발생한다.
◇목 근육에 문제 생기는 ‘사경’ 가장 많아
근긴장증이상증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위는 목 근육 부위이다. 이처럼 목 부위에 나타나는 근긴장이상증을 ‘사경’이라고 한다. 머리의 비틀림, 경련, 머리 떨림, 목 통증 등이 주요 증상이다.
목 근육의 경력으로 머리가 한쪽으로 돌아가거나 앞뒤 또는 어깨 쪽으로 기울어져서 머리를 바로 유지할 수 없다. 턱과 혀에 힘이 들어가면서 안면경련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외에 악기를 연주하거나 글씨를 쓸 때 손과 팔의 근육이 경직되고 떨릴 수 있다. 눈 주위 근육에 이상이 생겨 눈을 자주 깜빡이기도 한다.
유년기나 젊어서 발병하는 근긴장이상증은 증상이 점차 심해지고 전신으로 퍼져나간다. 성인기에 발병하는 근육긴장 이상은 주로 신체 일부에 나타난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허륭 신경외과 교수는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해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고 있거나 몸의 뒤틀림 때문에 사회생활을 거부하고 은둔하고 있는 환자들까지 감안하면 실제 환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근긴장이상증이 있으면 사회생활에 곤란함을 겪고 대인기피증이나 우울증 등 정신적인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으며 나아가 자살충동까지 느낄 수 있어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증상 심하면 뇌세포 자극하는 ‘뇌심부자극술’ 도움
근긴장이상증은 삶의 질을 뚝 떨어뜨리는 질환이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질환이기도 하다. 뇌졸중이나 다른 질환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근긴장이상증은 증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에는 근육신경을 차단하는 일명 보톡스 주사로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
근긴장이상증의 수술은 말초신경절제술과 뇌심부자극술 2가지가 있다. 말초신경절제술은 근육을 움직이는 말초신경을 잘라내는 방법이지만 수술이 매우 복잡해서 말초신경이 손상될 위험이 있다. 또 근긴장이상증에 따른 통증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을 수도 있다.
최근 말초신경절제술을 개선한 뇌심부자극술(DBS, deep brain stimulation)이 도입됐다. 초소형 의료기기를 뇌에 삽입해 특정세포에 전기자극을 주는 방법이다. 허 교수는 “근긴장이상증은 뇌졸중 및 뇌성마미 등 자칫 다른 질환으로 오인할 수 있어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치료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뇌심부자극술은 신경을 잘라 내거나 뇌세포를 파괴하지 않는 보존적인 치료법이며 뇌에 이식한 의료기기에 문제가 생기면 기기를 다시 제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