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군의회가 무분별한 혈세 사용으로 주민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총 8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봉화군의회는 매년 15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사용하지만 주민들을 위한 활동은 기대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아 오는 6·13 지방선거에서의 신중한 투표가 요구된다.
중앙일보가 공개한 ‘우리 동네 의회 살림’에 따르면 봉화군의회 운영에는 매년 14억273만원이 소요, 봉화군 주민은 전국에서 8번째로 높은 금액인 1명당 매년 4만1824원을 부담한다.
봉화군의원들은 의정활동비와 수당으로 매월 266만 원을 받는다. 의회 공통 업무추진비까지 더하면 의원 1인당 매월 318만 원을 받는 셈이다. 국내·외 출장비, 의정활동용 기름값과 휴대폰비, 각종 비품비는 따로 책정된다.
봉화군의회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이 사용할 수 있는 업무추진비는 활동비 외에도 매월 385만 원이다. 사용 후 영수증만 제출하면 되는 식이여서 정상적으로 사용됐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2016년 봉화군의회는 공적인 경비를 사적 용도로 쓴 의혹이 제기돼 경찰 수사를 받은 바 있다.
이번 7대 봉화군의회 의장단이 업무추진비 카드를 가장 많이 사용한 곳은 ‘봉화군농업회의소 영농조합법인’으로 이곳에서만 765만여 원이 사용됐다.
봉화군의원들은 올해 4160만 원을 국내·외 여비 예산으로 배정했다. 의원 1인당 출장비로 520만 원을 쓰겠다는 계획으로 이 비용은 전국 226곳 지자체 중 7번째로 많은 액수다. 앞서 2016년의 경우 의원 당 250만 원을 사용해 해외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봉화군의원들의 배지도 전국에서 7번째로 비싸다. 배지는 개당 40만 원으로 국회의원 배지 3만5000원의 10배가 넘는 금액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정부가 기초의회 의장들의 지역별 모임 회비를 세금으로 지출하지 말라고 규정했지만 봉화군의회는 연간 1700만 원의 회비를 냈다.
관광성 해외연수를 가거나 경조사비로 쓰는 일이 잦아 서지만, 봉화군의회는 올해도 750만 원을 지역별 의장모임 회비로 지출할 계획이다.
지난해 봉화군의회는 본회의장 방송시스템구축을 구축하는데 6600만 원을 지출키도 했다.
이렇듯 군민의 세금을 물 쓰듯 사용하지만 정작 기초의회 의원의 제1 의무이자 권리이며 주민의 삶과 직결되는 조례 제정에는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봉화군의회는 이번 임기 4년 동안 총 225건의 조례를 만들거나 고쳤다. 의원 1명당 28.13개의 조례를 처리한 셈.
그러나 사실상 대부분의 조례는 기초의원이 아닌 단체장이 발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을 감안해 세부 자료공개를 요청했지만 밝히지 않아 봉화군의원들에 의해 발의돼 처리된 조례의 수치는 알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봉화군 봉화읍 권모(55)씨는 “솔직히 기초의원은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모두 자신들의 영달을 위해 군 예산을 안배하는가 하면 집행부를 견제하기는커녕 혈세낭비의 명분만 만들어주므로 모두 한통속인 것 같다”고 분개했다.
봉화=권기웅 기자 zebo1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