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미국 빌보드 무대에 오르는 등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하자 엔터테인먼트 업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한번 쏠리고 있다. 사드 리스크와 혐한 정서로 얼어붙은 한류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서다. 실제 방탄소년단이 미국 빌보트 앨범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보도가 나가자 엔터주들이 일제히 반등했다.
반면 YG엔터테인먼트는 이 같은 호재에도 주가가 고전하고 있다. 빅뱅 멤버 군 입대, 블랙핑크 컴백 지연, 오디션 프로그램 믹스나인 대규모 적자, 투자 사업 손실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 방탄소년단 돌풍, 빅히트엔터 가치 쑥쑥…증권업계 상장 시 최대어로 군침
방탄소년단(BTS)이 빌보드 앨범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 각국에서 인기몰이하면서 ‘제2의 한류 열풍’을 견인하고 있다. 외신에서도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언론에서도 이를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음악 시장 진출 성공으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엔터)의 기업가치도 커지고 있다. 빅히트엔터는 방탄소년단이 소속된 엔터사로 작곡가 방시혁이 대표이사로 역임하고 있다.
빅히트엔터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924억원, 325억원으로 전년 대비 162%, 214% 급증했다.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에스엠(104억원), YG엔터(242억원), JYP엔터(195억원)를 뛰어넘었다.
재무구조도 건실하다. 빅히트엔터는 금융권 차입금도 없고 현금성 자산도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빅히트의 전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89억2870만원으로 전년(65억2041만원) 대비 343.66% 급증했다.
빅히트엔터의 실적 고공행진은 방탄소년단의 성과에서 비롯됐다. 하나금융투자 이기훈 연구원은 “BTS의 주요 성과로는 ▲미국 빌보드 Social 50 Artist 차트 1위 ▲비(非) SM 가수로는 음반 판매량 1위(270만장) ▲총 6편의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수 2억 건 돌파” 등을 꼽았다.
증권업계에서는 비상장기업인 빅히트엔터가 상장할 경우 IPO(기업공개) ‘최대어’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각 증권사마다 빅히트엔터 상장 주관사로 선정되기 위해 물밑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증권사들이 빅히트엔터 IPO 상장 주관사로 선정되기 위한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빅히트엔터가 상장할 경우 기업가치는 최소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 4월 넷마블의 지분 인수 시 반영한 기업가치가 7800억원이었다. 이후 빌보드 차트 1위 등 호재가 이어지고 있고, 올해 순이익 예상치(300억원 이상)에 동종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PER 30배 수준을 적용해 1조원 이상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빅히트엔터가 상장된다고 해도 주가 상승이 장기화될지는 미지수다. 금융투자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빅히트엔터 내 소속된 대표 아이돌은 방탄소년단밖에 없다. 이어 과거 PSY(싸이)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북미·유럽 시장은 재능 또는 노래 자체가 주목을 받는 시장으로 지속적인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두고 볼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 엔터주 주가 상승세…YG 여전히 주춤 ‘1년 새 주가 역주행’
방탄소년단의 활약으로 엔터주의 주가도 덩달아 뛰어오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한달 새 상장 주요 엔터사들의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수만의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3만9300원으로 한달 전(3만5200원) 대비 11.64% 상승했다. 이어 큐브엔터(+28.62%), JYP엔터(+22.55%) 등도 주가가 크게 올랐다.
반면 상장 엔터사 빅3로 꼽히는 YG엔터테인먼트의 경우 한달 새 주가 상승세는 3.86%에 그쳤다. YG엔터는 5대 상장 엔터사 가운데 지난 1년 간 주가 역주행을 보이고 있는 유일한 곳이다. YG엔터 주가는 현재(6월 8일 기준) 2만8250원으로 1년 전 대비(3만3150원) 14.78% 하락했다. 이에 반해 JYP엔터(222.13%), SM(45.01%),, 큐브엔터(42.91%), 에프엔씨엔터(24.30%) 등 경쟁사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YG엔터 실적(영업이익)은 19억원으로 전년 대비(148억) 87.16% 하락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빅뱅의 공백, 오디션 프로그램 믹스나인 부진 등에 따른 매출 감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양현석 대표이사가 야심차게 준비한 믹스나인(올해 1월 종영)은 지난해 4분기 40억원에 이어 70억원의 제작손실을 입었다. 게다가 양현석 대표가 삼성물산 이서현 사장(패션)과 손 잡고 추진한 ‘네추럴나인’은 올해 1분기 6억3524만원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YG엔터는 관계기업 투자에서도 2억9772만6349원의 지분법 손실을 냈다.
현재 YG엔터에 소속된 라인업의 활약이 주가 반등의 관건이라고 볼 수 있다. 증권업계 애널리스트는 “YG의 위너, 아이콘, 블랙핑크 등 여러 라인업이 일본 시장을 비롯해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블랙핑크가 곧 컴백하기에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라고 말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