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을 받다 의사의 실수로 식물인간이 된 사건에서 법원이 100% 의료진 과실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14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민사12부(부장 김양호)는 의료진 과실로 식물인간이 됐다고 주장하는 한모(66)씨가 의료진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의료진의 책임을 100% 인정하고, 내년 9월까지 3억8000만원을 일시금으로 배상하고, 이후 한씨가 사망할 때까지 매달 40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한씨는 2014년 4월 동네 병원에서 대장내시경을 받다 의사 A씨의 실수로 대장에 지름 5㎝ 구멍이 발생했다. 한씨가 고통을 호소하자 A씨는 병원장 B씨에게 시술을 넘겼고, 결국 한씨는 상급병원으로 옮겨졌다.
상급병원 의사 C씨는 한씨에게 대장내시경을 실시하다 대장에 구멍을 발견하고, 접합을 시도하던 중 심정지가 발생했다. 이후 호흡기에 관을 삽입하는 과정을 잇따라 패해 20여분간 뇌 산소공급이 차단됐다. 한씨는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의사 3명의 과실을 인정하고, 이들에게 과실에 대한 책임을 100% 지도록 했다. 통상적으로 의료 소송에서는 의료진의 위험분담을 고려해 책임을 경감하는‘책임제한’법리가 적용돼 30~70%책임만 인정됐다.
그러나 서울북부지법 재판부는 “한씨가 기존에 대장질환이나 지병이 없었는데 의료진 과실로 천공을 입었고, 추가검사 도중 쇼크를 일으켜 최종적으로 뇌손상을 입었다”며 “피고들의 책임을 제한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