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치료, 중요성에 비해 지원 열악…"아끼는 치료 벗어나야"

영양치료, 중요성에 비해 지원 열악…"아끼는 치료 벗어나야"

4개 직역 전문가 팀 이뤄 치료 생존율 높인 일등공신...담당 인력 대비 부족한 지원 지적

기사승인 2018-06-16 05:00:00

"영양치료는 사실 돈이 드는 치료입니다.그런데 우리나라는 외국의 3분의 1정도 비용에 그쳐 사실상 열악한 상황이죠."

지난 15일 제19회 아시아정맥경장영양학회(PENSA 2018,Parental and Entral Nutrition Society of Asia)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정맥경장영양 전문가들은 영양치료의 중요성과 치료환경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영양치료는 수술이나 항암 등 입원 치료 전후에 있는 환자에게 영양 균형을 맞춰 치료결과와 회복, 예후에 도움주는 치료법을 말한다.

서정민 PENSA 2018 학술위원장(삼성서울병원)은 "영양치료는 약값의 문제가 아니라 다루는 인력이 많이 필요한 분야"라며 "의사, 영양사,약사,간호사가 함께 팀을 이뤄 움직이기 때문에 인력과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러나 영양치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보니 의료현장의 노력에 비해 수가 등이 열악하다"고 호소했다.

류승완 홍보위원장(계명대의대)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에서 보듯 현행 의료환경은 전문가 4명을 투입할 만큼 수가가 따라주지 않아 쉽지 않은 환경이다. 학회 구성원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혁신적으로 희생하고 있다"며 의견을 더했다.

이들은 최근 이대목동병원의 신생아 사망사건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신생아 사망과 의료진 과실 사이의 인과관계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진에 형사적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당시 사망한 신생아 4명은 모두 정맥영양치료를 받았다. 사건을 조사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영양치료제 분주 과정 중 오염에 의한 감염과,그에 따른 패혈증을 사망원인으로 결론지었다. 관련 의료진 7명은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된 바 있으며, 현재 형사재판을 진행 중이다.

한호성 조직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은 "영양제 분주를 잘못해서 일어난 사고인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진을 구속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주사제 분주 때문에 일어난 사고일지라도 형사가 아닌 민사소송으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인적으로) 영양치료와 관련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영양치료는 환자의 생명과 회복에 중요한 요인인만큼 기존처럼 아껴써야 된다는 인식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는 학회차원에서 노력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학회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입원환자의 약 20%가 영양치료가 필요한 환자군이며, 영양치료는 수술이나 약제 못지않게 환자 생존율에 큰 영향을 미친 분야다.

한 조직위원장은 "과거에는 수술 후에 많은 환자들이 사망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수술 안전성과 회복에 도움을 준 많은 의료기술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영양이다. 영양치료는  결과가 금방 나타나지는 않지만 의료비 절감뿐 아니라 치료 예후를 높일 수 있는만큼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올해 영양치료에 대한 수가가 신설돼 기대를 높이고 있다. 박도중 사무총장(분당서울대병원)은 "현실적인 수가 결정의 어려움이 있었는데 다행히 상급종합병원 기준 36820원의 수가가 신설됐다"며 "앞으로 영양치료에 대한 에비던스 등 결과물을 내고 정부와 교섭을 지속해 적정수가를 현실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PENSA 2018은 정맥경장영양 분야 아시아 최고권위의 학술대회다. 이달 13일부터 16일까지 그랜드워커힐 서울호텔에서 열린 이번 학회에서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미국정맥경장영양학회(ASPEN)와 유럽학회(ESPEN) 등 전세계 전문가들이 대거 참가했다. 특히 의사, 영양사, 약사, 간호사 등 다직종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영양학분야 최신지견과 연구성과를 교류했다.

국내에서는 2005년 이후 13년만에 두번째 개최된 것으로 30개국에서 1150여명이 참가했으며, 대한소화기영양학회, 대한외상학회, 대한중환자의학회, 대한창상학회, 대한화상학회, 병원중환자간호사회, 외과대사영양학회, 한국병원약사회, 한국임상영양학회, 국제외과대사영양학회와의 조인트 세션이 진행됐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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