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1. 우주항공회사 가타카에서 근무하는 제롬 모로우(에단 호크 분)는 매일 피와 소변 등 신체조직 샘플로 심사를 받는다. 그러나 그는 유전적 부적격 인물로, 타인의 신분을 위장해 살아간다.
#장면2. “정부에서 하는 일 중에는 너무 멀리 진척된 것도 있다.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이 있고, 대중의 인식 밖에서, 대중의 동의 없이, 심지어 정부의 의원들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로 내려진 결정들이 있다.(중략) 이런 프로그램의 정책의 옳고 그름은 일반 대중이 정해야한다.
첫 번째 장면은 허리우드 SF영화인 ‘가타카’의 기본 줄거리다. 영화는 개인의 유전정보를 통해 사람을 우성과 열성으로 나눠 신분과 지위, 직업의 명확한 한계를 그어놓은 세계를 바탕으로, 한 ‘부적격’ 인물의 역경을 그렸다. 두 번째 장면은 미국 NSA의 개인정보 불법수집을 폭로한 전직 CIA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증언 중 일부다. 두 장면은 민감한 개인의 정보가 어떻게 수집되고 악용될 수 있는지를 극단적으로 드러낸다.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의 미래에서 위의 장면들이 연상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 내 정보사용, 누구 맘대로?
복지부가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보건의료 분야 일자리 창출 일환으로 추진 중인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 당초 복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기반 조성으로 4차산업혁명 시대 선도’라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복지부는 사업 운영 과정에서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두고, 일명 ‘보건의료빅데이터 특별법’ 제정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사업은 올해부터 오는 2020년까지 추진된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는 해당 사업을 위해선 개인정보의 제도적 보호책이 정비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건의료 영역에서 빅데이터는 명암이 뚜렷하다. 공중보건·공익 연구·임상 치료 분야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이 ‘빛’이라면, 광범위한 개인정보가 상업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그늘’이다. 사업의 역작용을 우려하는 측은 장점 역시 냉정한 분석과 시뮬레이션 등을 통한 평가 후에야 비로소 확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 지난해 말 처음 이 사업의 윤곽이 드러났을 때부터,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보건의료 빅데이터가 윤리적인 문제를 포함해 개인 정보인권 침해 및 건강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비록 복지부는 사업 추진 형식을 시범사업으로 제한하고, 공공기관이 수집한 개인정보에 국한한다고 무마했지만, 이마저도 문제점은 존재한다. 개인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정보가 이용된다는 점에 있어 위법적인 측면, 즉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의 소지가 발견된다.
물론 학문적 연구 및 정부 정책 개발에 개인 건강정보가 활용되는 것은 공적 가치의 실현이란 점에서 나름의 타당성과 당위가 성립될 수 있을 터. 핵심은 개인의 정보인권의 침해를 방지할만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느냐다.
‘건강과대안’ 등 진보적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은 “개인정보 보호 및 안전한 활용을 보장하는 관련 법제와 데이터 거버넌스 체제가 정비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관련해 “시범사업은 이러한 데이터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하고, 공적 효과나 위험성 평가를 마친 후 도출되는 결과를 바탕으로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향을 띄어야 한다”고 재차 우려와 불안을 표출하고 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