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표정의 환자들이 만족 가득한 얼굴로 바뀌었을 때, 자연임신이 되었다며 기쁨에 벅찬 얼굴로 다시 찾아왔을 때 힘을 얻습니다.”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난임 문제를 호소하는 젊은 부부들이 늘고 있다. 또 암이나 자궁질환 등 질병으로 인해 출산을 지레 포기하는 여성도 적지 않다. 이들에게 정경아 이대목동병원 가임력보존센터장(산부인과 교수)는 “충분히 기회를 찾을 수 있다”며 희망을 불어넣는다. 아이를 원하는 여성에게는 출산의 기회를 최대한 보장해줘야한다는 것이 정 교수의 철학이다.
가임력보존치료는 가임력 손상을 줄이는 예방적 치료를 말한다. 젊은 암환자나 부인과질환을 가진 환자, 가임력이 떨어지는 35세 전후 여성과 남성 등을 대상으로는 미리 난자·정자, 난소조직을 채취해 임신 가능성을 유지를 돕고, 또 가임력 저하를 야기하는 자궁내막증이나 자궁근종 수술에서 최대한 가임력 손상을 줄이는 로봇수술을 시행한다.
특히 최근의 만혼(晩婚) 추세는 자궁내막증, 자궁근종과 같은 부인과 질환의 유병률과 관계가 깊다. 출산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임신 전 자궁근종 발병률이 늘고, ‘쉼 없는 월경’때문에 자궁내막증이 위험이 높아지는 식이다.
또한 이들 질환은 높은 확률에서 난임으로 이어진다. 자궁내막증은 난관의 운동성을 떨어뜨리고, 자궁근종은 위치에 따라 정자와 난자가 만난 후 수정된 배아의 착상을 방해하거나 임신 중 자궁근종이 커지면서 산모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정 교수는 로봇수술 등 현재 의료기술로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 정밀한 수술이 가능한 로봇수술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수술 전 정밀한 검사와 철저한 수술 준비를 통해 환자가 자연 임신이 가능할 수 있게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봇수술은 일반 복강경 수술보다 10배 넓은 시야와 안정적인 수술 공간을 확보해 좁은 공간에서도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다. 또 수술과정에서 주변 조직 손상을 줄여 가임력을 잘 보존할 수 있으며, 싱글사이트 로봇수술의 경우 배꼽 한 곳을 통해서만 수술 기구를 뱃속으로 넣어 수술하므로 흉터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정 교수는 “과거 거대자궁근종과 자궁내막증으로 내원했던 35세 산모분의 경우 수술 후 자연임신이 되었고 이제는 둘째까지 출산을 마쳤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그 행복한 얼굴이 감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며 “1kg이 넘는 거대자궁근종을 절제했던 환자들, 30개에 달하는 다발성자궁근종을 끝없이 세어가며 절제했던 환자들의 수술 전 걱정으로 어두운 표정이 수술 후에 만족 가득한 얼굴로 바뀌었을 때, 이후 자연임신이 되었다며 기쁨에 벅찬 얼굴로 다시 찾아왔을 때, 힘든 수술을 계속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가임력보존치료일지라도 수술 이후의 임신은 산모에게 위험하지 않을까. 이같은 질문에 정 교수는 “위험을 예측하고 최선책을 찾는 것이 가임력보존센터의 목적”이라고 말한다. 그는 “자궁근종의 위치에 따라 자연임신 후 제왕절개술이 아닌 질식자연분만까지 가능한 경우도 있다. 수술소견을 바탕으로 향후 임신과 출산과정의 위험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 계획을 세운다면 성공적 수술은 물론 임신과 출산과정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선진국과 비교해 한국의 난임, 가임력보존치료 수준은 높은 수준에 올라있다고 자부했다. 이와 관련 정 교수는 미국 뉴욕의대의 가임력보존센터 등에서 장기간 연수한 바 있다. 정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가임력보존치료면에서 우리보다 훨씬 먼저 발전했다. 때문에 그동안 외국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정착시키느라 숨가쁘게 달려왔고 지금은 거의 따라잡아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임신을 안 하는 것과 못하는 것은 다르다. 충분히 임신을 할 수 있음에도 몰라서 소중한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다"며 "수술적 치료를 받고도 자연임신을 할 수 있다면 그 기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은 의료진의 책무이기도 하다. 많은 환자들이 가임력 보존의 희망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힘줘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