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키기 강력한 규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종합부동산세(부동산 보유세) 인상안도 이런 정책과 같은 선상이라는 평가다. 종부세는 노무현 정부(참여정부)에서 과도한 집값인상을 위해 재산세와 별도로 도입한 부동산 보유세를 말한다. 노무현 정부 당시 뛰는 집값을 잡는데 실패했지만, 종부세 도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강화하려는 종부세도 제도 시행 전부터 강력한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소득 분배와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종부세는 보유한 주택의 공시가격 합계가 6억원을 넘는 사람에게(1주택자는 9억원) 부과하는 일종의 부유세를 말한다.
◇정부, 강도 높은 종부세 인상 예고
“종부세 개편안 발표 후 여론을 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세지 않다거나 약하다는 평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취임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강도높은 종부세 인상을 예고했다.
정개혁특별위원회가 발표한 ‘공평과세 실현을 위한 종합부동산세제 개편 방향'에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나 세율을 인상하는 방안이 담겼다. 하지만 국토부 소관인 공시가격 인상에 대한 내용은 빠졌다.
이와 관련 김 장관은 “실거래가 대비 공시가격의 낮은 현실화 수준이나 가격별, 유형별, 지역별 불균형성에 대해서 많은 지적이 있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며 “전문가들의 자문과 논의를 거쳐 공시가격의 투명성과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재정개혁특위가 공개한 개편안에 따르면 종부세 과세표준을 올리기 위해 현재 80%인 공정시장가액비율(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 비율)을 해마다 연 10%p씩 2번에 걸쳐 100%까지 올린다. 종부세율도 현행 0.5~2%에서 0.5~2.5%로 높인다. 과세표준 6억원 이하의 경우 종부세율은 0.5%로 유지하되 6억~12억원은 0.75%에서 0.8%, 94억원 초과는 2%에서 2.5%로 올리는 식이다.
◇ 2003년 참여정부 때는 어땠나
종부세는 지난 2003년 참여정부 정부 당시 10·29부동산대책을 통해 도입됐다. 부동산 과다 보유자에 대한 과세 강화와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일정 금액 이상 주택을 보유한 사람에게 무거운 세금을 매겼다.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한 강력한 수단을 강구한 셈이다.
당시 종부세 과세기준 금액은 9억원 초과로 설정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싼 주택 소유자나 다주택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05년 후속조치로 종부세를 강화하는 8·31부동산대책을 내놨다. 과세기준 금액은 9억원 초과에서 6억원 초과로 하향조정했고, 종부세 대상자의 과세방법을 인별 합산 방식에서 세대별 합산으로 전환했다.
과세표준 적용 비율도 50%에서 매년 10%p(2006년 20%p)씩 상향조정하기로 했다. 세부담 상한도 전년 총세부담의 150% 이내에서 300% 이내로 조정했다. 이같은 정부의 강화 대책으로 종부세 과세 대상은 2005년 7만여명에서 2006년 34만1000명으로 5배 수준으로 늘었다.
이런 강력한 부동한 규제 정책에도 뛰는 집값은 좀처럼 잡히질 않았다. 시장이 과열돼 있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종부세 강화 후 2006년 전국 아파트가격 상승률은 13.8%로 전년(5.8%) 대비 2배 이상 뛰었다.
다만 참여정부에서 잡으려 했던 강남 지역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KB국민은행 주택매매가격 종합지수를 보면 강남, 서초, 송파, 양천 등 투기 과열 4개구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2006년 25.9%, 2007년 0.6%를 보이며 주춤했다.
이처럼 당시 종부세 도입에 대한 효과는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반대와 위헌 논란이 일면서 이명박 정부에서 완화, 현재에 이르고 있다.
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팀장은 “당시 집값은 주춤하긴 했지만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며 “실패 원인은 양도세 증가 등 지금처럼 여러 규제들이 함께 맞물려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지금은 입주물량이 쏟아지는 등 당시와 상황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현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될 지 지켜봐야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 종부세 둘러싼 갑론을박
“정책이 시장을 이길 수는 없다” “균형적인 사회발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중”
업계에선 현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기존 주택시장은 급격히 위축되는 반면 신규 분양시장은 시세보다 낮아진 로또 아파트를 찾는 사람들로 열기가 뜨거워 양극화 현상이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또한 규제가 부동산 시장에 일시적 진정 효과는 가져올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안정세를 끌어낼 수 없다는 주장이다.
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팀장은 “종부세가 인상된다면 다주택자는 오래 가지고 갈 수 있는 투자 가치가 있는 집을 선택할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상대적으로 수요가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몰릴 것이고, 반대로 그렇지 않은 곳은 수요가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지역 양극화 현상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시장의 우려와 달리 비정상적으로 치솟은 집값의 정상화 이뤄지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민달팽이유니온 김경서 기획국장은 “지금은 시세의 60~70%라는 청년임대주택도 시세 자체가 너무 높아 입주가 부담스럽다”며 “부동산 보유세를 높이되 세입자에게 전가되는 것이 우려된다면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면 된다”고 말했다.
LH토지주택연구원 진미윤 연구위원도 “많은 언론에서 정부의 규제가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오히려 정상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책의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되는 사람은 고가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극소수의 사람들”이라며 “물론 그분들에게는 억울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 일종의 사회적 책임이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대해 비우호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당연히 시장은 존중돼야 하고 부동산 시장만을 놓고 본다면 현 시점이 위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좀 더 넓게 보면 조세형평성 차원에서 균형적인 사회발전을 향해 나아가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