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에서 간호인력에 대한 공청회와 토론회가 잇따라 열렸다. 간호인력 부족 사태에 대한 공감대가 커진 탓이다. 간호등급제가 시행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간호인력 수급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여전히 요원하다.
현재 우리 국민 1000명 당 보건의료인력 종사자수는 OECD 절반 수준이다. 이마저도 대형병원의 인력 쏠림 현상이 두드러져 의료계 양극화는 심각한 지경이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오는 2030년 간호사 16만 명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것을 경고했으며, 건강복지연구원도 13~31만 명의 간호사가 모자라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제도적 보완도 있었지만 실효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간호사 부족 사태의 원인으로 꼽히는 열악한 처우 개선을 위해 정부가 시행해온 간호등급제는, 그러나 광역대도시 소재 상급종합병원으로 간호사가 몰리는 상황만을 초래하면서 제도의 원래 취지는 유명무실해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중소병원의 간호등급제 미신고율은 66%에 달했다. 즉, 전국의 중소병원 10곳 중 7곳은 간호 인력을 구하지 못해 신고조차 꺼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반면, 상급종합병원(43개원)의 경우에는 미신고기관이 없었고, 종합병원의 미신고율도 11%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전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간호수요 현황을 살펴보면, 정도는 달라도 수급의 어려움은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선진국은 통상 간호인력 1명이 돌보는 환자의 수가 4~7명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대학병원도 간호사 1명이 20명의 환자를 케어하고 있다. 지방 중소병원에선 50명까지도 늘어난다.
현재 대부분의 병원급 의료기관은 간호사 법정 인력 기준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며, 지방으로 가면 그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방소재 종합병원은 50% 이상이 법정 간호 인력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지방 중소병원의 경우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병원 인력 상황에 따라, 3교대는 고사하고 2교대로 매일 12시간 이상씩 일하고 있는 간호사들이 있는가 하면, 간호 인력을 구하지 못해 끝내 문을 닫는 의료기관마저 속출하고 있다. 부족한 간호 인력으로 인해 병원 노동자는 과도한 노동과 업무 하중에 시달리며, 이는 안정적인 의료서비스 제공의 최대 걸림돌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당국이 추진 중인 간호간병통합서비스와 방문간호 확대, 국가치매책임제 등은 ‘마른 수건 쥐어짜기’일 수밖에 없다는 게 의료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런 상황을 복지부도 인지하고 있긴 하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지난 4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올해 3월 지방중소병원 간호인력 확보를 포함한 간호인력 근무환경 개선 대책을 내놨다”며 “관련 보건의료 단체들과 협의해 실행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의 간호수요 해결 방안 중 눈에 띄는 것은 ▶공중보건장학제도 도입 ▶지역인재특별전형 도입 ▶의료취약지 간호사 인건비 지원 ▶의료취약지 응급의료 파견간호사 지원 등이다. 그러나 핵심은 노동 상황 개선을 위해 드는 돈을 어떻게 마련하고, 이를 어떻게 체계화해 지원하느냐다. 다음 지방 소재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일한다는 김현영(32·가명)씨의 한탄에선 정책과 현장의 괴리가 무겁게 다가온다.
“해결책은 모두가 알지만 결국 돈 문제다. 획기적인 변화가 없다면 당장 나부터 언제 병원을 관둘지 모른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