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행하는 어린이 대상 밀가루 놀이에 대해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우려를 표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5일 권고문을 통해 “밀가루 등의 분진, 미세먼지의 노출은 성인에 비해 어린이에게 더욱 큰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하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권고문 전문
최근 계절과 상관없이 대두되는 미세먼지 문제로 인해 온 국민이 호흡기 및 심혈관계 질환의 위협을 받고 있다. 성인에 비해 호흡기, 심혈관계가 취약한 어린이들이 미세먼지에 더 많은 건강상의 위해를 받을 수밖에 없고, 이에 서울시는 “아이들 안전을 위한 창의놀이터에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데 미세먼지가 심각할 때 실내에서 놀 수 있는 시설에도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많은 수의 부모님들은 공기가 안좋은 날 실내 놀이터를 찾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고, 이런 요구에 발맞춰 최근 다양한 형태의 어린이 실내 놀이터가 생겨나고 있다.
그 중 밀가루 체험 놀이 시설은 아이들과 부모님들 사이에서 꾸준한 인기를 모으며 전국 각지에서 체험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설에 다녀온 후 일부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 심장 혈관 질환, 감염성 질환을 보이는 아이들을 치료하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로서 그 안정성에 대해 심각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 의사회는 가루 등의 원료나 먼지에 의한 알레르기에서부터 실내 놀이터의 안전 위생에 대한 폭넓은 우려를 표명하는 바이다.
1. 밀가루 등의 분진에 의한 직접적인 알레르기 질환
밀가루에 대한 알레르기는 음식으로 섭취해서 뿐만 아니라 호흡기로 흡입하여도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일명 ‘제빵사 천식 혹은 비염’으롤 불리며 장시간 밀가루에 노출된 경우 알레르기 반응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밀가루의 분진 안에는 원재료 뿐만 아니라 첨가물이 들어가 있으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Aspergillus oryzae 또는 Aspergillus niger 와 같은 곰팡이 생물에서 추출한 반죽 개선제인 알파-아밀라아제 등의 효소인데, 이는 밀가루 분진과 함께 알레르겐으로 작용하여 천식과 호흡기 알레르기 반응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
이러한 분진은 천식, 비염 등의 호흡기 알레르기 증상 뿐만 아니라 눈의 충혈, 염증, 간지러움 등을 일으켜 결막염을 일으킬 수 있다. 가장 심각한 형태로는 어린 아이들에서 아나필락시스라고 하는 호흡곤란과 부종 등의 심각한 상황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중요한 알레르기 원인물질이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기저귀 발진 등의 피부염 개선을 위한 파우더 제형의 약도 호흡기로 흡입 가능성이 있어 제한해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인데, 무방비로 많은 양의 분진에 아이들이 노출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2. 실내 미세먼지에 의한 호흡기, 심혈관계 질환
가루를 놀이재료로 쓰는 실내놀이터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실내놀이터들에 대한 미세먼지 유지 기준이 현재 없는 상태이다. 미세먼지 (PM: Particulate Matter)란 공기 중에 떠다니는 분진 중 직경이 작은 먼지로 크기에 따라 PM10(입자 직경이 10㎛)과 PM2.5(입자 직경 2.5㎛ 이하)로 구분된다. 미세먼지는 입자가 미세하여 코 점막을 통해 걸러지지 않고 흡입 시 폐포까지 직접 침투하여 천식, 폐 질환을 유발하여 사망까지 이르게 할 수 있어 세계 보건기구 (WHO)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 물질로 지정한 바 있다. (2013.10)
환경부 보고에 따르면 다중이용시설 실내 공기질 조사를 실시한 결과 실내가 실외보다 PM10 농도가 2배로 측정되었다. (2014년 3-5월) 이에 황사 발생시를 제외하고는 미세먼지 문제가 실외보다 실내가 더 심각하다고 보고하고 있다.
또한 실내 미세먼지 발생원으로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 외에 실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조리, 난방, 흡연, 인간 활동)가 있는데 대부분의 실내 놀이터에서는 간단한 조리시설이 함께 있는 경우가 많다. 또 많은 수의 사람들이 격렬한 활동을 하는 특성상 미세먼지의 흡입을 간과하기 힘든 실정이다. 그 이용 대상의 대부분이 천식, 호흡기, 심혈관계 질환에 가장 취약한 어린이층이라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이다.
3. 우리나라 실내 공기질에 대한 관리 규정 및 현황
우리 나라에서 어린이집은 미흡하나마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질 관리법’ 에 따라 매년 미세먼지를 자가 측정하여 지자체에 보고하고, 이 결과를 토대로 지자체는 개선명령,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어 실내 공기질을 적정히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의 약 60-8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초미세먼지 (PM2.5)에 대한 위험성이 더 부각되면서, 이에 대한 실내 초미세먼지 기준 정립이 되어있지 않은 상태로, 이에 대한 단계적 강화가 필요한 실정이다.
어린이집 실정도 이러한데 비해, 안전행정부, 환경부 등에서 발간한 ‘키즈카페 등 신종 놀이공간의 통합 안전관리 기준’9) 에 따르면 실내 놀이 시설은 “환기, 월 1회 이상 먼지 청소, 미생물에 대한 위생 소독, 친환경 세정제 사용”에 대한 권고를 제외하고 미세먼지 등에 대한 환경위생관리 기준조차 없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 소아청소년 알레르기 비염의 가장 큰 원인을 차지하는 집먼지 진드기 (86.8%), 집먼지, 곰팡이 등에 대한 관리 규정도 없으며, 다양한 가루를 이용하는 놀이시설에서 이에 대한 안전 지침도 없을 뿐 아니라 정확한 경고 문구조차 없다. 대표적인 가루 놀이 시설에서 제공하는 경고 문구는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우려하는 현실에 비해 매우 미흡하다.
맺음말
밀가루 등의 분진, 미세먼지의 노출은 성인에 비해 어린이에게 더욱 큰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각종 알레르기 질환, 호흡기, 심혈관계 질환으로 힘들어하는 어린이들을 일선에서 치료하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로서 어린이 놀이 시설에 이에 대한 마땅한 기준 조차 없다는 사실이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
최소한 실내 공기를 오염시킬 수 있는 오염원을 철저히 제거해야 하고, 조리시설이 함께 있는 곳은 강력한 배기 장치가 필요하며, 고성능의 초미세먼지 제거 필터가 장착된 공기 청정기 보급 및 이에 대한 관리는 필수적이다.
어린이집과 학교에서의 실내 공기 관리 수준도 아직은 국제적인 기준, 국민적 요구에 비해 미흡한 점이 많으며, 그 외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시설 (실내 놀이터, 학원, 각종 체험시설 등)에 표준화된 실내 환경 평가 및 관리 방한을 확립하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