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희롱을 당하거나 목격했을 때, 어디에 도움을 구하면 될까?
직장인 이은영씨(가명)는 전 회사 회식자리에서 성희롱 피해를 당했다. 이씨의 상사는 “안고 블루스를 춰야 인정해준다”고 하거나 자신의 근육을 만져보라며 이씨의 손을 억지로 잡아끌어 본인 가슴에 대기도 했다.
회사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돌아온 건 ‘예민한 사람’ 등 악의적 소문이었다. 충격을 받은 이씨는 결국 회사를 관두고 연락처도 바꾼 채 집안에만 틀어박혀 시간을 보냈다. 결국 정부가 운영하는 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에 도움을 요청한 이씨. 센터는 지역 성폭력상담소와 함께 상담을 진행했다. 이씨는 충격을 극복하고 일상생활로 복귀할 정도로 안정을 찾았다.
위의 사례는 여성가족부 신고센터에 접수된 사례를 일부 각색한 것이다. 지난 3월 여가부 성희롱·성폭력신고센터센터가 문을 연 이후 센터에 접수된 피해는 총 1270여건에 달했다. 피해를 입었지만 신고는 하지 않고 상담만 받은 건수는 이중 79.3%(1007건)이었다.
특히 비신고 상담건수가 높은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피해자들이 신고 시 혹시 모를 불이익을 입을까봐 어려움을 혼자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여기에 기존에 운영됐던 여러 성폭력 피해 상담기관들은 피해 신고를 접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담 및 의료, 법률 지원을 할 수 없어 피해자들에게 실제 도움을 주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반면 여가부 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는 일단 상담의 문을 열어놓았다는 점에서 이전 지원 사업과는 차이점을 갖는다. 신고센터에 도움을 구하는 이들이 느는 이유다.
최영은씨(가명)도 회식자리에 참석했다 직장상사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은 사례다. 최씨는 피해 직후 곧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후유증은 상당했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로 일상생활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은 최씨는 피해 상담비용이 부담돼 선뜻 상담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가까스로 여성가족부 신고센터와 연락이 닿은 최씨에게 센터는 피해자에게 적합한 성폭력 상담소를 연계해줬다. 최씨는 지속적인 상담과 치료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또한 박수민씨(가명)는 성폭력 피해에 대해 경찰신고 후 가해자의 문자를 통한 협박과 역고소 위협에 시달렸다. 박씨는 여가부 신고센터에 도움을 구했고, 현재 한국 성폭력 위기센터를 통한 법률지원을 받고 있다.
정영숙씨(가명)는 직장 상사에 의한 성폭력 피해와 직장에서 정씨에 대한 음해성 소문으로 우울증을 얻은 경우다. 피해자에 대한 악의적 허위사실 유포로 인해 정씨는 정신적 어려움을 겪었고 신고센터에 SOS를 청했다. 신고센터는 정씨의 상황이 지속적 의료지원을 요한다고 판단해, 거주 지역 성폭력 상담소와 인근의 해바라기센터에 연계해 의료지원을 하고 있다.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점검단장인 이숙진 여성가족부 차관은 “센터의 핵심 역할은 피해자들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도 피해사실을 알리고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려움을 상담할 창구의 문턱을 낮췄다는 지원 사업의 취지는 피해자들에게 퍽 유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당초 정부는 여가부 성희롱·성폭력신고센터를 백일동안만 시범운영할 계획이었지만, 피해자들의 도움이 쇄도하는 있어 지속적으로 운영키로 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