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낮은 임금과 더 나쁜 일자리, 높은 성범죄로 인해 스트레스와 우울, 불안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여성들이 처한 상황은 남성과 비교해 결코 평등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우선 노동형태를 보면, 지난해 8월 기준 여성 임금 노동자는 881만8000명이었는데, 이중 정규직 근로자는 518만6000명으로 58.8%의 비중을 보였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여성이 363만2000명으로 남성의 294만6000명보다 68만6000명이 더 많았다. 여성의 연령대별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은 50~59세가 22.7%로 가장 높고, 60세 이상이 21.8%, 40~49세는 21.2%였다.
같은 시기 여성 시간제 노동자는 190만2000명(52.4%)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었고, 이는 남성의 25.8%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비중임을 알 수 있다. 시간제 노동자 증가 추이는 전년도와 비교해 남성이 5만4000명(7.6%)이 증가할 동안 여성은 12만2000명(6.9%)으로 가파르게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노동여건은 어떻까? 지난해 기준 여성의 평균 근속년수는 4.7년이었으며 한 달 노동시간은 173시간, 월평균 임금은 229만8000원이었다. 특히 여성 월평균 임금은 전년도 220만3000원 보다 9만5000원 늘어났는데, 이는 남성의 67.2%에 불과했다.
또한 여성의 90.2%는 직업을 가지는 것에 찬성했지만, 여성취업의 가장 큰 걸림돌은 ‘육아 부담’(47.9%)이었고 그 다음은 ‘사회적 편견 및 관행’으로 나타났다.
정리하면, 혼자 사는 여성과 사회참여는 늘고 있지만, 더 적은 임금과 더 나쁜 노동환경에 처해 있으며, 육아 부담 등으로 경력 단절의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여성은 불안하다
여성 상당수는 우리 사회 안전에 대해 불안함을 토로하고 있었다. 2016년 전반적인 사회 안전에 대한 여성의 50.9%는 ‘불안’하다고 응답했다. 이는 남성(40.1%)보다 10.8%p 높은 수치로, 사회 안전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여성들은 ‘범죄발생’(73.3%), ‘신종질병’(65.5%), ‘정보보안’(53.4%) 등을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범죄 발생에 대한 남녀의 인식은 무려 12.7%p의 격차를 보였다. 이는 주요 범죄 중 성폭력 피해자의 여성 비율이 남성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대법원에 따르면 여성의 성폭력 피해 건수는 2만6116건으로, 이는 남성의 1478건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비중.
2006년 통계와 비교하면 여성의 ‘강도’ 피해는 감소했지만, ‘성폭력’과 ‘폭행’은 2배 이상 증가했다. 2016년 기준 여성 성폭력 피해 연령대는 ‘21~30세’가 9644건으로 36.9%였고, 다음으로 ‘20세 이하’가 7986건, 31~40세(3357건) 순이었다.
또한 여성은 남성에 비해 배우자와의 관계 만족도도 상대적으로 낮았다. 지난 2016년 여성의 54.7%는 전반적으로 가족 관계에 대해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올해는 남성(58.3%)보다 3.6%p 낮은 만족도를 보였다. 남편은 부인에게 71.3% 만족했지만, 부인은 남편과의 관계에 58.5% 만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듯 여성은 남성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호소했다. 비록 스트레스 인지율은 남녀 차이가 2012년 6.8%p로 가장 많이 벌어졌다가 최근 3년 간 스트레스를 느끼는 남성의 비율이 더 많이 증가하면서 남녀 차이는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2016년 기준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느끼는 여성은 28.8%로 남성(27.0%)보다 1.8%p 높았다. 2주 이상 일상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 등을 느낀 여성은 2015년 16.8%로 남성(9.7%)보다 7.1%p 높았다.
◇ 절반은 여성
해마다 여성의 날은 돌아오지만 여권 신장은 비단 한국의 경우를 차치하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현재진행형’이다. 유엔 산하 국제노동기구(ILO)는 남녀의 임금격차가 완전히 해소되려면 적어도 70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변화해야하는 게 비단 임금뿐이랴. 아직도 적지 않은 국가에서 조혼과 일부다처제, 여성할례 등을 제도적으로 인정 혹은 묵인하는 경우를 고려하면, 인류의 절반인 여성을 향한 뿌리 깊은 차별 해소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