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제약·바이오분야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내세우면서 바이오 관련 계열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들의 공격적인 연구개발 투자는 바이오 업종의 판도를 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부상하고 있는 SK바이오팜의 상장도 관심거리다. SK바이오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SK그룹의 신수종사업에서 중추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증권업계에서도 SK바이오팜의 기업가치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SK바이오팜의 신약 개발 효과 등을 고려할 때 상장 시 기업가치는 5조원이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약가 결정 및 의료인들의 평가 등 여러가지 장벽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 최윤정 씨도 SK바이오팜에 입사하면서 향후 승계 구도에 대한 전망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다만 최윤정 씨는 현재 기업을 장악할 만한 지분이 없는 상황이기에 승계 관련 이슈는 당분간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 ‘비상장주식 최대어’ SK바이오팜, 수년간 적자 손실…자금조달 위한 IPO 추진
SK바이오팜은 현재 SK그룹 내 제약·바이오를 담당하는 비상장기업으로 이르면 내년에 상장할 가능성이 높은 종목이다. 이 기업에 대한 증권업계에 관심이 뜨거운 것은 향후 SK그룹의 신수종 사업을 책임질 핵심 계열사라는 점이다.
SK그룹 측은 지난 2015년 8월 통합지주회사 출범 당시 바이오·제약 분야를 5대 핵심 성장 사업 중 하나로 선정해 주력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룹 차원에서 투자한 사업은 조금씩 성과가 나오고 있다. SK바이오팜이 독자개발한 혁신신약 뇌전증 치료제(Cenobamate)가 3상 막바지에 접어들어서다. 이르면 올해 안으로 미 FDA 신약승인신청(NDA)이 예상된다. 글로벌 임상 3상을 독자 진행한 건 국내에선 SK바이오팜이 최초다.
현재 이 기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경영 및 투자를 지속시키기 위한 자금조달이다. SK그룹은 SK바이오팜을 비롯한 바이오 계열사에 꾸준히 투자하거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마련했다.
하지만 바이오기업의 특성 상 재무적인 손실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어 상장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감사보고서가 처음으로 제출된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수백억원의 적자를 이어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947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SK바이오팜의 판관비(연구개발비용을 포함)는 약 982억원으로 전체 매출액(853억원) 보다 130억원 가까이 많았다.
현금흐름 상황도 흔들리고 있다. SK바이오팜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에서 매년 수백억원 손실을 지속하고 있다.
결국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은 IPO(기업공개)를 통한 상장이다. IB(투자은행) 업계와 제약업계에서는 SK바이오팜이 이르면 올해 말 혹은 내년에 상장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 주식회사 SK관계자도 “SK바이오팜의 상장은 시기적으로 밸류에이션이 가장 높을 시기를 맞춰 추친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 SK바이오팜 상장 시 기업가치 ‘설왕설래’
SK바이오팜이 주식시장에 상장할 경우 나타날 기업가치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SK바이오팜 글로벌 임상(3상) 시험을 마무리한 ‘뇌전증 치료제’ 및 파이프라인 등을 고려할 때 기업가치는 약 5조원이 육박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신약 치료제 판매 승인이 이뤄졌다고 해서 곧바로 매출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약가결정, 해당 국가 의료계와 소비자들의 신뢰 구축 등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지난 1993년부터 중추신경계 질환 신약 연구에 나서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을 종료하고 미국 FDA(식품의약국)에 의약품 품목허가를 신청을 준비 중이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의 경우 투약 대비 발작 빈도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SK바이오팜은 독자개발한 기면증 및 수면무호흡증 관련 수면장애신약(SKL-N05)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올해 FDA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SK바이오팜의 파이프라인 등을 검토할 때 상장 시 기업가치는 약 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오진원 연구원은 “SK바이오팜은 신약개발과 생산, 마케팅까지 모든 가치사슬(Value chain)을 보유한 글로벌 완전통합형 제약회사(FIPCO)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뇌전증과 우울증, 조현병, 파킨슨병, 과민성대장증후군, 수면장애 등 주로 중추신경계 질환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중 뇌전증치료제 세노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이 직접 글로벌 3상을 추진해 곧 FDA에 NDA(품목허가)를 제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파이프라인 평가를 통해 지분가치를 5조원대로 추정했다”고 했다.
다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FDA로부터 승인을 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제품 출시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또한 미국 사보험을 통한 약가결정, 신약 치료제 효과에 대한 의료계 평가에 따라 시장에서 평가를 내린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에서만 1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 1위 뇌전증 치료제인 UCB의 ‘빔팻’(라코사미드)이 약가 급여 문제, 제네릭(복제약) 점유율에 밀리면서 한국 시장을 철수 한 바 있다.
IB업계와 제약업계에서는 SK바이오팜의 나스닥 상장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가 차원이라면 나스닥 보다는 코스닥 혹은 코스피에 상장하는 것이 낫다. 미국 나스닥 시장은 바이오기업의 평가가 국내 보다 보수적이다. 또한 나스닥에 상장되는 바이오기업들과 경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도 “나스닥 상장을 유지할려면 국내와 달리 비용 처리가 만만치 않다”라고 지적했다.
◇ SK바이오팜, 지난해 장녀 최윤정 입사…승계 구도는 아직 ‘안갯속’
SK바이오팜이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떠오르는 요인 중 하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 최윤정씨가 지난해 SK바이오팜 경영전략실 산하 전략팀 선임매니저(대리급)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최윤정 씨는 2008년 미국 시카고대학교에 입학해 생물학을 전공했으며, 시카고대 뇌과학 연구소에서도 연구원으로 2년 간 근무한 전력이 있다. SK그룹 측에 따르면 최 씨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SK바이오팜에 입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최윤정 씨가 SK바이오팜에 근무함에 따라 본격적인 경영 수업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한다. 다만 승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밑그림이 나오지 않고 있다. SK바이오팜은 SK그룹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자회사지만 아직 최 씨가 보유한 지분은 없다. 또한 다른 그룹 계열사에 대한 지분도 갖고 있지 않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도 증여 및 삼성SDS 상장, 삼성물산 합병을 통해 힘겹게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SK의 경우 향후 3세들의 경영권 지분은 보다 복잡해 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주식회사 SK 관계자는 “아직 최태원 회장은 1960년 생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자녀들의 나이도 아직 20대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승계 문제는 아직 논의되지도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