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찜통더위로 노인 등 취약계층과 일부 노동자들의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농촌에서 밭일을 하거나 공사현장 등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중심으로 온열질환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23일 충북 괴산군의 한 담배 밭에서 일하던 베트남 근로자가 온열질환으로 사망하면서 올해 들어 총 11명이 온열질환으로 목숨을 잃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5.20~7.21) 온열질환자는 전년 대비 61%나 증가했으며, 전체 온열질환의 43,5%가 야외 노동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고령자를 돌보는 노인요양 현장도 폭염의 위협에서 안전하지 못하다. 서울 은평구에서 재가요양보호사로 일하는 김희영(가명·57)씨는 “10년째 일하면서 이런 더위는 처음이다. 더운 날씨에 어르신 한 분 목욕시키기도 쉽지 않다. 땀 흘린 채로 수발한 후 다른 어르신 댁으로 이동하다보면 절로 힘이 빠진다”며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특히 보호자가 없는 독거노인의 경우 온열질환으로 인한 피해를 제때 파악하기 어렵다. 김씨는 “탈진되지 않게 물이나 과일을 많이 드시게 하는데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은 화장실 가는 것이 불편하니 잘 안 드시려한다”며 “또 혼자 계시는 분들은 쓰러지더라도 도와줄 사람이 없어서 요즘 같은 때는 퇴근길에 한 번 더 들르고 있다”고 말했다.
살인적 더위로 유명한 대구 등 경북 지역에는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에 오는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류현욱 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올해 들어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에 오는 환자가 작년보다 몇 배는 더 된다”며 “빠른 처치를 위해 구급차에도 얼음물, 아이스팩을 구비해 온열환자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탈진, 전신무력감, 경련 등 위험증상이 나타날 경우에는 빠르게 체온을 떨어뜨려야 한다.
류 교수는 “환자가 아직 의식이 있는 경우에는 바로 찬물이나 이온음료를 섭취하도록 하고, 몸에 찬물을 뿌리고 부채질해 열이 방출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상태가 심각하면 곧바로 119에 연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위에 노출되는 노동자에게 온열질환이 빈발하는 만큼 폭염 시 노동환경에 대한 사업장 내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류 교수는 “사회적으로 일하는 시간과 휴식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며 “적어도 폭염경보가 내려진 날, 위험시간대인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는 근무를 중단하거나 한 시간 일하면 30분은 쉬도록 하는 등 사업장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