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을 경우 대사증후군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4일 국가 비만 실태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우리나라 소아청소년의 비만율은 2008년 11.2%에서 2017년 17.3%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낮은 가정일수록 고도비만율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소아청소년기 비만은 성인기의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동맥경화, 지방간 등 심혈관계질환 및 대사성질환의 발병을 높인다. 높은 혈압, 높은 혈당, 복부비만, 이상지질혈증 등의 요소들이 두 세 개 이상 겹쳐서 있는 상태인 소위 대사증후군 유사 상태는 추후 성인이 되어서 뿐만이 아니라 이미 청소년기에도 발견된다.
소아청소년 비만 및 이와 관련된 각종 대사합병증 발생과 관련된 위험인자에 대한 연구들은 해외에서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국내에서는 소아청소년을 장기적으로 추적 관찰한 연구 자체가 없었기에, 국내 소아청소년만을 위한 대사합병증 예방 및 대책을 세우기 어려웠다.
이에 한림대학교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 연구팀(책임저자: 박경희, 1저자: 서영균)은 서울, 경기서남부 지역 소아청소년 코호트 연구에 참여한 대상자들을 장기적으로 추적 관찰하고 대사증후군 유사상태의 발생 관련 요인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서울, 경기서남부 지역 소아청소년 코호트 모집단에서 대사증후군이 없던 6~15세 소아청소년 1309명을 2008년부터 2014년까지 건강, 영양상태 등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추적 기간 중 31.32%(410명)에 달하는 소아청소년에서 대사증후군이 발병했다.
연구팀이 대사증후군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위험 요인을 분석한 결과 ▲소아일 때 이미 과체중 이상으로 비만인 경우 ▲부모가 심혈관질환 병력을 갖고 있는 경우 ▲평소 8시간 미만으로 수면하는 경우 ▲가정의 사회경제적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을 경우 대사증후군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를 시작할 때 이미 과체중 혹은 비만이었던 소아는 정상 체중이었던 소아에 비해 대사증후군 위험이 3.83배 높았다. 또한 부모가 심혈관질환이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을 때보다 대사증후군 위험이 1.28배 증가했다.
수면시간도 소아청소년 대사증후군의 위험인자 중 하나였다. 하루 평균 8시간 미만으로 수면을 취하는 소아청소년은 9시간 이상 잠을 자는 소아청소년에 비해 심혈관질환 포함 대사증후군 위험이 1.93배 증가했다.
반면 가정의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을수록 대사증후군 위험성은 감소했다. 월 평균소득이 300만원 이상 500만원 미만 가정의 소아청소년은 대사증후군 위험성이 25% 정도만 감소했지만, 500만원 이상인 가정의 소아청소년 대사증후군 위험성은 42%나 감소했다.
박경희 교수는 “본 연구 결과는 국내에서 비만 예방 및 중재 프로그램을 기획함에 있어 집중관리 대상과 교육내용에 대한 지침을 제공한다”며 “소아청소년 비만 예방 및 치료 대상으로는 저소득층, 과체중 이상의 비만아, 심혈관질환 병력이 있는 부모의 자녀가, 교육내용에는 소아청소년기 충분한 수면시간에 대한 것이 포함되어야 함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또한 박경희 교수는 “이미 국내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이에 대한 예방 및 관리 중재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것이 현실”이라며 “국내 소아청소년 자료를 바탕으로 도출된 비만관련 대사합병증에 대한 위험요인을 규명함으로써 현장에 적극 적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근거자료로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연구에 대한 소의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Archives of Disease in Childhood’에 최근 4월호에 발표됐다.
한편, 이번 결과는 질병관리본부에서 기획한 국내 최초의 소아청소년 코호트 연구인 KoCAS 연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도출된 것이다. KoCAS 연구는 국내 소아청소년에서의 비만 및 대사합병증 발생과 관련된 요인을 밝히고자 기획했으며, 한림의대 박경희 교수와 인제의대 강재헌 교수가 코호트 데이터 구축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